[원동인 칼럼] 챗GPT, 두려움보다는 현실직시가 필요하다
2024-02-16 매일일보 기자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입소문을 타더니 며칠 전에는 하루 사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체 사용자 수는 이미 5억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불과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챗GPT의 공개를 계기로 AI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 기술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글이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수 주 내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 소프트(MS)가 불과 하루 만에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에 오픈AI의 대화형 AI를 적용한 새로운 버전을 공개했고 또다시 이틀 만에 구글이 검색을 비롯해 지도·번역 등 핵심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겠다고 나서는 등 AI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오픈 AI가 공개한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상태라는 한계로 인해 우리나라 대통령을 아직 문재인이라고 하는 등 최신 정보에 취약하고, 잘못된 정보도 그럴듯하게 사실처럼 서술하는 단점이 지적되지만 챗GPT의 매력을 떨어뜨릴 만큼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챗GPT에 질문 공세를 퍼붓고 있는 수억 명의 질문데이터가 피드백 되고있으며, 다음 버전인 GPT4가 예고된 상황으로 조만간 인간과 구분할 수도 없고, 인간은 따라 하기도 힘든 초거대 AI의 지식 세계를 맞이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챗GPT의 공개 이후, AI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은 AI가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해서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내팽개치는 암울한 미래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 두려움일 것이다.
그런데 기술 때문에 인간이 쓸모없는 존재로 버려질 것이라는 우려는 처음이 아니다. 200년 전 산업혁명기에 등장한 기계를 보면서 사람들은 같은 두려움에 떨었고,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될 때 비슷한 두려움이 일었다. 로봇이 생산 과정에 도입되었을 때도, 계산기와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도 그랬다. 지금은 챗GPT로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일상에서도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 분명해 인공지능 활용과 적응을 위한 교육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챗GPT만 보면 코딩교육보다는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더 중요해 보인다.
기술은 사람이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날지 못하지만, 비행기는 날 수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엄밀하게 보면 비행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와 사람이 함께 나는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사림의 일이 있지만, AI가 보완하거나 새로 만들어 내는 사람의 일도 있다.
두려움은 실상을 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지금은 현실 직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