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중소기업 갈등 요인 산재…‘신기루’ 된 동반성장
윤석열 정부 '민간 주도 상생', 대·중소기업 갈등으로 유명무실
대기업, 납품대금 연동제·중기 적합업종에 부정적
2023-02-16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지 10개월이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산업계 전반에 걸쳐 대·중소기업 갈등 요소가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정치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나설 수 있는 상생협력문화를 강조했지만, 대·중소기업 간 갈등의 골만 깊어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110대 국정과제에서 “민간 자율 동반성장 모델을 통해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발전’을 지시하며,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정부 부처의 협력을 주문할 정도로 업계 상생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는 양극화 완화를 위해 대기업이 협력 활동의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를 확대하는 한편, 안정적으로 대금 회수가 가능해 영세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상생결제를 활성화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주도’가 기반이 된 만큼, 사실상 강제성이 없으며 상생 실현을 위해선 대기업의 자발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과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대·중소기업들은 각자의 입장을 우선시하며 갈등을 쌓아가고 있다.
대기업의 반발 끝에 통과된 '납품대금 연동제' 관련 행사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및 대기업 주요 경제단체들이 불참하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대한 ESG 의무화가 강조되는 가운데, 협력업체까지 ESG 실사를 요구하며 부담을 주는 대기업 사례도 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은 차세대 사업 확대를 내세우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폐지’까지 주장한 상황이다. 이 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중기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명분으로 시행됐다. 다만 시장 경쟁력 감소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잇따른 대기업의 진출로 핵심 인재 소실을 고민하는 처지다. 최근 롯데, CJ 등은 차세대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해 의약품위탁개발생산 산업을 선택했다. 이들이 대량의 연구개발 인재를 필요로 하면서 중소 제약바이오사의 인재 유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실상 톱 제약사 외에는 대기업 이상의 복지와 연봉을 제시할 수 없는 만큼. 제약업계의 인재 소실은 막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기업의 중기 인재 흡수와 함께 ‘기술 탈취’ 관련 문제 또한 재점화 됐다. 최근 신생기업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를 상대로 기술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정부는 16일 중소기업의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탈취 기업에게 5배까지 손해를 배상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대·중소기업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운 상태까지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