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가 급한데… 부동산 관련 법안들 줄줄이 표류

악성 임대인 신상공개 법안 국회 통과에 1년6개월 소요 재초환, 여야 첫 논의 시작… 여·야 입장 달라 갈등 예고

2024-02-16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부동산 불경기로 인한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치권에 대책 마련 법안이 제출되고 있지만 정작 통과는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인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내준 임차보증금을 상습적으로 갚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개 대상은 총 2억 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고, 구상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다. 공개되는 정보는 임대인의 이름·나이·주소·임차보증금반환채무에 관한 사항과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이다. 명단 공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을 정해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전체회의를 통과한 주택도시기금법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로 이송된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이르면 9월부터 안심전세앱을 통해 임차인이 악성임대인 여부를 확인 후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안심전세앱은 오는 7월 2.0 버전이 출시될 예정인데 9월부터 또 한 번 개선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대표적인 부동산 관련 법안 중 하나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약 1년 6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9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후 1년 넘게 국토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정비사업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은 발의된 지 6개월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의 ‘마지막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최근에야 여야가 첫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재초환이 부동산 업계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이미 1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늦은 논의인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3대 규제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재건축부담금제도를 올해 상반기 안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규제 완화까지는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야 가능해 처리가 쉽지 않다. 재초환 개정 법안은 같은 날 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갔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대치로 최근까지 관련 논의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소위 회부로 개정안 입법 절차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초환 완화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함께 재건축 시장 활성화의 핵심으로, 재건축 후보 단지 집주인들이 가장 원하는 개선 사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앞으로 국토법안소위와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거쳐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6월까지 재초환법 개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다주택자 취득세율 완화를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합의가 결렬돼 보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