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르는데’...렌트푸어 구제책 ‘무용지물’

61주 연속 상승...‘목돈전세’ 상품 신청자 ‘0’명

2013-10-2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전셋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와중, 정부의 렌트푸어 구제책이 실패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4% 상승, 61주 연속 상승해 2009년 1월 30일부터 2010년 3월 19일까지의 60주 연속 아파트 전세가 상승 기록을 경신했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최근 1년새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6.84% 상승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9.61%), 서초구(9.52%), 강서구(9.39%), 강남구(8.93%), 광진구(8.56%), 양천구(8.07%)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의 전세가격은 8월 3억1278만원에서 9월 3억3875만원으로 2600만원 가량 상승, 웬만한 직장 초년생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 한달새 올랐다.

그러나 이 와중 정부가 전세난 해결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 시리즈는 흥행 참패를 기록하고 있다.

목돈전세I은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이 많이 오를 경우 보증금 상승분을 집주인이 대출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지만 출시 한 달 째 신청자가 없다.

목돈전세Ⅱ로 불리는 ‘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도 출시 2개월이 지났지만 6개 수탁은행의 실적은 186건, 120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이 출시한 새로운 보증 상품을 놓고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선순위 채권금액과 전세보증금 합산액이 집값의 70%를 넘지 않아야 가입할 수 있어 전세가율이 70∼80%에 달하는 대다수 지역의 세입자는 가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하우스푸어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은 고가의 전세를 소비할 수 있는 유효계층을 양산해 전세가를 더 올리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하우스푸어 정책은 악성채무를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상환을 연기하는 등의 다른 정책을 펼친 뒤 최후 수단으로 내놓았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