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지속·수출 부진"…정부 '韓 경기둔화 국면' 공식화

17일 기재부 '2023년 2월 최근 경제동향' 발표 '우려'에서 '둔화' 명시한 정부…"수출 부진·기업심리 위축"

2023-02-17     염재인 기자
기획재정부가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흐름이 둔화했다"고 공식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경제 상황에 대해 8개월 연속 '경기 둔화 우려'로 표현한데 이어 지난달엔 '경기둔화 우려 확대'로 한층 강한 경고음을 보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공식적인 경제 진단에서 '경기둔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째다. 작년 12월까지는 '경기둔화 우려'란 표현을 썼지만, 지난달에는 '경기둔화 우려 확대'란 문구를 추가했다. 이번 달에는 '경기 흐름 둔화'로 경계수위를 더욱 높였다.

우리 경제를 견인하던 수출도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속보치) 줄어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줄어 작년 10월부터 4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수출 감소에 같은 달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지난 1월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전월 대비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1년 전보다 5.2%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5.0% 뛰었다. 반면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전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지난달 69로 전월보다 5포인트(p) 떨어졌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최근에는 소비도 주춤하면서 경기둔화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각각 3.7%와 2.8% 줄었다. 카드 국내승인액은 8.7% 늘었지만 증가 폭은 전월(10.8%)보다 줄었다. 다만,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9.1% 늘어난 것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 동반 위축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6% 줄었다. 일평균 수출액은 14.6% 감소한 21억5000만달러였다. 이 밖에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7로 지난달보다 0.5p 상승했다.

기재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 민생 부담 완화 기조 하에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3대 개혁, 에너지 효율 향상 등 경제 체질 개선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