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과대선전’ 삼성생명 “딱 걸렸어”
계약자 승소한 이후 소송 참가자 폭주 예상
2006-09-16 권민경 기자
삼성생명 “왜 우리만! 납득불가, 항소준비”
백수보험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보험사와 계약자간 법정다툼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보험가입자들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삼성생명 등 생보사를 상대로 한 백수보험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패소한 삼성생명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준비 중이어서 백수보험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2라운드를 맞게 됐다. 그간 보함 계약자 개인들이 생보사를 상대로 백수보험 피해 소송을 숱하게 제기한 바 있으나, 패소했거나 소송이 진행 중이다.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는 백수보험 가입자 인모씨 등 84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확정배당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50만원에서 4백만 원의 확정배당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백수보험 계약 당시 보험사는 정기 예.적금 금리가 변동하면 확정배당금이 바뀔 수 있음을 알렸을 뿐 이것이 고객들에게 배당금 지급이 전혀 없다는 의미로 이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금리가 변동됐더라도 최소한의 확정배당금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사가 노후 상품을 판매하면서 불리한 측면을 소극적으로 알린 것은 상도의와 기업윤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백수보험은 동방(현 삼성생명), 대한교육(현 교보생명), 대한생명, 동해(현 금호생명), 흥국생명, 제일생명(현 알리안츠) 등 6개 생명보험사가 1980년부터 82년까지 판매한 연금보험 상품이다. 당시 보험사들은 월 3만~4만원의 보험료를 내면 예정이율 연 12%를 보장해 주고 당시 정기예금금리(연 25%)과의 차이 13%는 '확정배당금'으로 더해 매년 1천만 원가량의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후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보험사는 약관의 단서 조항을 이유로 확정배당금은 주지 않고 매년 100만 원가량의 연금만 지급해 가입자의 항의가 계속돼 왔다.지난해 4월 백수보험 가입자 303명은 모두 44억원의 확정배당금 지급을 요구하며 흥국생명(10명), 삼성생명(92명), 알리안츠 생명(41명), 교보생명(145명), 금호생명(15명) 등 각기 가입 보험사를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백수보험 1차 집단소송’에서는 계약자들의 패소가 이어졌다. 그 뒤 올해 1월 가입자 360명이 추가로 6개 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58억원의 확정배당금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재 흥국생명, 금호생명, 대한생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계약자들이 모두 패소했고 교보생명 및 알리안츠생명은 재판이 진행중이다. 패소한 계약자들은 모두 항고를 진행 중 이거나 항고할 예정이다. 계약자 승소 이후 문의 폭주
이번 공동소송을 지원한 보험소비자연맹은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소송비용의 85%를 피고가, 나머지 15%를 원고가 부담하라고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입자가 완전 승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그동안 보험사들은 수십, 수백 명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 라며 "앞으로 보험사들의 단점은 최대한 숨기고 장점만 과대 선전하는 영업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은 이번 판결에서도 최소한의 확정배당금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조차 못 받아들인다면 전체금액을 지급하도록 대응할 것이다” 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생명은 엄연히 보험 약관에 확정배당금 변동 가능성을 명시한데다 이미 대부분 가입자들이 패소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것은 1심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에게는 아직 2번의 기회가 더 있다“ 며 항소할 것임을 밝혔다.삼성생명 관계자는 또 “이번 백수보험 소송은 사실 집단소송건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조 사무국장은 “그동안은 힘없는 개인이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에 실패해 왔다. 개인의 지식이나 정보력, 자금력으로는 이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소송 승소를 놓고 삼성생명이 그와 같이 대응하는 것은 사람들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고 반박했다. 한편 생보업계는 재판부가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주요 이유로 예정이율(고객이 낸 보험료에 적용되는 확정이율)이 몇 %인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는 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 부분 승소이기 때문에 심각한 파장을 예상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번 판결이 적용된다면 대규모 보험금 지급은 물론 보험 상품 가격산정의 기본원리를 고객에게 일일히 설명해야 하므로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현재 삼성생명의 백수보험 확정배당금 지급 규모는 4천억원, 업계 전체로는 총 1조2천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변액 보험 상품 등 유사 보험의 불완전 판매가 우려돼 적극적인 영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번 공동 소송 승소를 계기로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에는 새로 소송을 내겠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2천500통이 넘게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