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자위권, ‘한반도 진입’ 맘대로 안된다

韓, 美에 日집단자위권 관련 “우리 입장 반영” 요구

2013-10-27     신재호 기자

[매일일보]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통한 평화헌법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미기간 미국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과의 잇따른 만남에서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일 양국은 지난 3일 일본에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양국간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추진에 합의했고, 곧바로 이튿날부터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김장수 실장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 나와 있는 보통국가의 권리 중 하나이지만 이것이 확대 해석돼 한반도와 한국의 주권과 관련된다면 우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동맹인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구실로 한반도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고, 정부는 우리 동의 없이는 절대로 자위대가 우리 영토나 영해에 들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 실장은 “미국 측도 우리 정부의 요구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주변국의 의견을 감안해 절제된 군사력이 돼야 하며 이와 관련해 아주 투명한 일본의 방위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이 역할을 분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도 말했지만 전환기에 들어선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와 이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국내적 변수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부당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속에서 집단자위권 추진 문제가 국내 정서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관련해 향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협상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4일 국정감사에서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게 아니”라며 “기본적으로 미국이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을 백지수표로 전부 위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23일부터 26일까지 3박4일간 워싱턴을 방문한 김장수 실장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분야의 정책결정권자들을 두루 면담했으며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옆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