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전방위 압박에 노·정관계 ‘시계 제로’
尹 “건설현장 폭력·불법 보고도 방치하면 국가라 할 수 없다”
노동부·국토부도 노조 압박… 양대노조 “불법 증거 제시하라”
2024-02-21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 불법행위에 칼날을 겨눈다. 폐단으로 지적돼 온 회계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노조엔 국고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끊고 건설 현장에 만연한 월례비 요구 등 건설노조의 부당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업무복귀 명령 등 강경대응을 지시했던 정부가 또 다시 강경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노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사는 부실해지고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등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 폭력’을 ‘건폭’으로 줄여 지칭한 윤 대통령은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속이 일시적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폭력과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이는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과 민간협회에도 협력을 주문했다.
건설노조의 만성적 불법행위는 건설산업 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준으로 도를 넘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국토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주간 접수된 불법행위가 2070건에 달했으며 ‘월례비 강요’ 1215건(58.7%), ‘노조 전임비 강요’ 576건(27.4%)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의 노동개혁 의지를 확인한 관련부처는 즉각적이고 다각도로 노조에 압박을 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5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327곳에 회계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20곳(36.7%)만이 요구에 응하자, 2주간의 시정 기간에도 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하지 않는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현장 조사를 예고했다.
국토부 또한 강성노조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처벌 강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불법‧부당행위 근절을 위해 수사‧단속을 강화하고 채용과 금품 강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제재는 물론 처벌도 강화한다. 아울러 건설근로자 보호를 위해 신고 포상금제 도입과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공사대금 직접지급 사업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강경 기조에 양대노총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현장실사와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하려면 명백히 불법이라는 증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위반을 문제 삼으려면 불법이라는 증거부터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노조 자체 조합비 운영과 관련한 사항은 철저히 관리·운영되고 있고 어디까지나 내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