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올해 60%로 확대…실현 가능성엔 '난망'
바이든,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바이 아메리카' 강조
WP "미국산 규정 맞추기 현실적으로 불가능…경제효과 낮을 것"
2023-02-22 이진하 기자
[매일일보 이진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제조업 부활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일부에선 '바이 아메리카'의 실현 가능성을 난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바이 아메리카'가 문제에 부딪혔다"며 "미국은 더 이상 도로와 교량, 항구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바이 아메리카'는 미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기반시설 사업에 미국산 건설 자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사업에 사용되는 철강, 제조품, 건설자재가 미국에서 생산된 경우 연방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에 따른 조치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최근 기존 55%였던 미국산 비율 규정을 한층 강화해 올해는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9년까지 75%로 확대할 것이란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국정연설에서 "연방 인프라 사업에 미국산 건설자재만 사용하게 하는 새 기준을 발표한다"며 목재, 유리, 석고판, 광섬유 등을 적시했다.
WP는 "대부분 산업에서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 아메리카' 규정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인프라 건설에서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 결과적으로 업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교통부는 부두 크레인을 비롯해 선박 리프트 등 수입 화물장비 구입에 연방 인프라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항만 당국의 신청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항만 당국 협회(AAPA)는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하고 바이든 정부가 선호하는 전기 장비들은 모두 해외에서 생산되기에 조건을 맞출 수 없다고 전했다.
화물장비뿐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시 안전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유리구슬 납품에도 이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고속철도 건설에 사용되는 대부분 부품 역시 일본 혹은 독일 제품이어서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공 부문에 한정된 규정 자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제기된다. 실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 동일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이끌 동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0년 피터슨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제한됐으나, 개별 일자리 한 개에 25만 달러의 세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