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엔데믹, 득인가 실인가… 산업계 喜悲 교차
진단키트 산업 수익 악화 본격화… 비대면 서비스 존폐 기로 여행·편의점 매출 회복… 국민·자영업자 낙수혜택 못 누려
[매일일보 이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큰 격변을 겪었던 산업계가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이하면서 희비가 갈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시절 수혜를 입었던 일부 기업들은 수익성이 감소하거나 사업 존폐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당시 감염 여부를 빠르게 체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발 빠르게 개발·공급해 ‘K바이오’의 명성을 만들었던 진단키트 산업은 수익이 악화되는 추세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난해 1분기 매출은 1조 3884억원, 2분기는 7950억원, 3분기는 5512억원, 4분기 매출액은 1938억으로 분기마다 감소하고 있다. 경쟁사인 씨젠 또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7%, 70.6% 각각 감소했다.
글로벌 진단키트 시장을 주도하던 양사의 실적이 감소 원인은 사실상 엔데믹 전환 시기와 맞물렸다. 감염자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진단키트 수요가 폭발하며 정부가 개인 구매 수량까지 제한한 바 있다. 그러나 감염 위험성이 급감한 이후에는 키트 수요 또한 현저하게 떨어졌다.
코로나19 시절 각광 받은 비대면 서비스 중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산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영화관 출입이 제한되며 급성장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의 경우, 지난해 초 시장 강자 넷플릭스마저 가입자 손실을 겪은 이후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시국에 난립했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제도화를 앞두고 정부와 유관 단체의 검증을 앞두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서울특별시약사회,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제도화를 규탄하며 "한시적 비대면 진료 기간에도 인증되지 않은 민간 플랫폼이 난립해 의료쇼핑과 약물 오남용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및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자정작용을 진행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포함된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면 시대 도래로 여행업계, 편의점, 마트 등은 기지개를 튼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행사업 생산은 지난해 크게 반등했다. 항공여객운송업은 지난해 170.5% 늘었고, 여행사업은 110.6% 증가했다. 편의점업계 강자 CU와 GS25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의 실적이 소상공인 및 국민들에게 낙수되지 않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최근 고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 마일리지 개편안을 내놓아 정부와 여당의 질책을 받았다. 또 오프라인 시장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마트와 편의점 등 대기업 매장에 쏠려있다. 에너지 가격 인상과 인건비 문제로 뒤처진 소상공인들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형편이다.
엔데믹만 손꼽아 기다리던 PC방 등 오프라인 전문 매장은 경기 침체에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PC방 사업자는 8645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6.2% 줄었다. 서울 발산동의 PC방 업주는 “코로나 시절 오프라인 매장 출입 제한 정책으로 PC방에 가지 못했던 게이머들은 각자 최신 장비를 맞춰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형성했다”며 “만약 전기세를 빌미로 이용료를 올린다면 고객들이 매장에 올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