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심각해" 금리 인상 1년 반 만에 멈췄다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0%로 '동결' 경제 역성장 지속 우려에 숨 고르기  올해 경제성장률 1.7%→1.6%로 하향 美 긴축 의지 여전...추가 인상 여지도

2024-02-23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쉼 없이 달려왔던 금리 인상 행진에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현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6%로 0.1%포인트 낮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초저금리 시대의 서막이었다. 그 이후부터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쳤고,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3.00%포인트 높아졌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깨졌고,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작년 4·5·7·8·10·11월, 올해 1월)에서 제동이 걸렸다. 한은이 '8연속 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피한 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뒷걸음치기 시작한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기보다 숨을 고른 뒤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도 배당 증가에 힘입어 겨우 26억8000만달러(약 3조3822억원) 흑자를 냈지만, 반도체 수출 급감 등으로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은의 시각도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1.7%)에서 0.1%포인트(p) 낮춘 것이다. 다만 이날 동결로 이번 금리 상승기가 최종 3.50% 수준에서 완전히 끝날 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1.25%포인트(한국 3.50%·미국 4.50∼4.75%)로 유지됐는데 여전히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인데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 압력을 받을 우려가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면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1350원 이상 튀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음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