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사실상 긴축 끝났지만 추가인상 가능”
향후 미국 통화정책 기조, 원·달러 환율 변수
2023-02-23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증권업계는 23일 통화당국의 긴축이 끝났다고 보면서도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금리 추가 인상 여부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내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3.6%에서 3.5%로 조정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역대급으로 빨리 올렸고, 이제는 그 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국면”이라며 “한은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실상 긴축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한은은 오늘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내렸는데, 이를 근거로 보면 추가 인상 의지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대로 종료될지 여부는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동향과 이에 따른 한-미 금리차 확대 여부, 환율 급등 여부 등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기대해왔지만, 미국 연준 결정이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한미 간 금리 격차나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역시 “기본 시나리오에서 추가 인상은 없어 보이지만 미국 금리 인상, 환율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일 수 있다”며 “국내 요인이 악화하지 않는다면 3월 FOMC에서 보이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강도, 이에 따른 환율 반응으로 추가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예를 들어 FOMC에서 미국이 다시 ‘빅 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으로 돌아가고 그로 인해 환율이 급등해 1,400원까지 향해 간다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에 따른 긴축 사이클 종료 여부에 집중하는 것보다 한국은행의 경기에 대한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은 당분간 물가에 대한 안정 신호가 확연하게 드러날 때까지 현재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할 뜻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는데 긴축 기조가 끝난다는 믿음을 갖는 사람은 투자자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