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애플페이 상륙’에 진땀
3월 출시 앞두고 견제구…카드사 간 협업·서비스 고도화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다음 달 애플의 결제 플랫폼인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카드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페이 이용에 필요한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가 가맹점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이용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과 달리, 애플의 충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제 플랫폼 ‘갈아타기’로 이용자를 빼앗길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선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와 협업이 활발하다.
23일 업계 따르면 삼성전자와 네이버페이는 지난 20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결제와 월렛 부문에서 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55만개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한 간편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네이버페이 이용자들도 삼성페이의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결제 방식을 통해 오프라인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롯데카드’는 카드사들의 오픈페이 서비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카드업계 오픈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카드사 3사이다. 롯데카드가 이어 서비스를 시작하고 비씨·NH농협카드 등도 순차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롯데카드는 운영 중인 ‘디지로카’ 내 앱카드 명칭을 ‘로카페이’로 변경하고 롯데카드 회원뿐 아니라 비회원도 페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선불형카드도 도입한다.
이를 두고 기존 간편결제 시장 진출자들의 애플페이 견제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이다. 애플페이의 강점은 ‘충성도’다. 젊은 세대 내에서 선호도와 이용 유지도가 높은 아이폰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보일 수 있다.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웹사이트 방문자 2082명을 대상으로 애플페이 이용 의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57%가 ‘현대카드로 즉시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카드는 애플과 제휴를 맺고 있어, 애플페이 도입과 동시에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타 카드사 이용이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응답이 30.7%로 뒤를 이었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2.2%로 조사됐다.
반면 애플페이의 파급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은 흥행에 실패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우리나라보다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했으나 큐알(QR)코드를 이용해 간편한 결제 및 송금까지 가능한 ‘알리 페이’, ‘위챗 페이’의 점유율이 애플페이 도입 전부터 이미 높았다. 애플페이의 중국 내 점유율은 2016년 11%에서 지난해 3분기 17%로, 6년간 6%포인트 성장하는 데 그쳤다.
수수료 문제로 지켜봐야 한다. 삼성페이의 경우, 연단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반면 애플페이는 건당 수수료를 부과한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장차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