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한국 경제 미치는 영향 제한적"

환율 1050선 유지할 것...수출업체 영향 크지 않을 것

2014-10-2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최근 원화 절상 속도가 급격해짐에 따라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극심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이중고’를 겪게 된다. 장기 침체의 터널에서 미약하게나마 회복세가 감지되던 한국 경제에는 큰 타격이다.지난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 중 한때 연저점인 1054원을 밑돌자 금융당국은 즉각 시장 개입에 나서 1060원 이상으로 돌려놨다.환율 하락 배경은 한국 경상수지가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데다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다.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기가 연내 불투명할 것이란 관측으로 달러화 약세 현상도 원화 강세에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데 의견을 같이 했다.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에 대해 “최근 들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달러가 약세다. 양적완화 축소가 지연되는 등 움직임으로 상대적·전반적으로 달러에 대해 다른 통화는 강세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강현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지속, 외국인 주식 매수 자금 유입, 연준의 테이퍼링(출구전략) 지연 등과 같은 원화 강세요인이 우세해 글로벌 달러 약세는 당분간 지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 등으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지난 24일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구두개입을 통해 원화는 약세로 반전됐다. 정부는 공기업의 해외차입 억제와 같은 환시안정방안을 통해 장내 외화수급 조정을 유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수준에서 마지노선을 형성할 것”이라며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출회 등 변수가 있으나 연말 양적완화 축소 이슈 재부각,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정부개입 등을 감안할 때 그러하다”고 설명했다.강 연구원도 “당국의 경계심을 고려한다면 연말까지 1055원~1065원의 박스권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미 경기회복세 확대에 따른 테이퍼링 시행으로 달러화는 완만한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원화는 완만한 약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여기에 한국 경제가 예전에 비해 환율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주요 수출업종인 IT와 자동차는 해외생산 비중 증가, 비용 통제 효과, 원재료 수입 헷지 효과 등으로 환민감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이상이면 주요 수출 업체의 감익 수준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현 부총리는 “10월 수출을 보면 미국과 EU 시장은 오히려 좀 더 회복되는 것 같다”며 “(지금 환율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5% 수출 증가율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그는 “수출 가격경쟁력에 (환율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관관계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반도체, 휴대폰 등 어떤 의미에선 경쟁력, 품질, 마케팅 요소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김 연구원도 “원화강세의 피해가 큰 주요 업종(IT와 자동차)의 원화 강세에 대한 민감도는 과거보다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원화 강세가 국내공장 수익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