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관계 험로 예고… 건설현장 바짝 긴장
노조 반발-보복 우려도, 파업으로 '입주 지연' 건설사 잇따라
2024-02-27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정부와 건설노조 간 갈등이 지속되며 건설현장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 반발, 오는 28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강경대응이 노조 측 반발심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아울러 이같은 강대강 대치가 또다시 파업으로 이어져 건설 현장의 준공 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노조 파업 등의 이유로 입주 시기가 예정보다 늦춰진 아파트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철근공‧목수공‧일반공 등 골조 작업자가 출근하지 않아 공사가 전면 중단된 사업장도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3-1블록) 신혼희망타운 입주 시기를 4개월 연기했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KCC건설도 울산에서 4월 예정됐던 신축아파트 입주가 3개월 정도 지연된다고 지난 8일 입주예정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원도급사 간담회에서 “각 현장은 공기를 준수하기 위해 공정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노조의 불법행위가 지속되면 공기 지연, 비용 발생 등 공정이 영향을 받는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행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시위가 이어지고 강도도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CEO들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로 공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불법 파업 등 노조의 불법으로 인한 공기 지연에서 원청사는 자유롭지 않다”며 “이로 인한 공기 연장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노조가 고의적으로 안전환경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며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가 근거를 제시하면 처벌을 유예하거나 경감하는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 현황에 대해 실질적 보상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노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명확한 경우 공기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며 “타워크레인 같은 원청사 지급 장비와 지급 자재에 대해서는 원청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고, 하도급자에게 관련 비용을 전가하는 부당 특약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