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전망에 달러 쌓는 기업들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 1092억5000만달러 집계
2024-02-27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쌓아둔 달러 예금이 1092억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달러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를 확보해 두려던 수요는 작년보다 줄었다. 여기에 기업들이 해외 결제대금과 해외 직접투자자금을 지급하면서 달러 예금은 전월대비 30억 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92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17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9월부터 계속 증가하다가,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통화별로 달러화 예금 잔액은 1월 말 기준 923억4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30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달러 예금이 줄어든 것은 수입 기업들이 결제자금을 인출하고, 달러 가치 하락 등으로 해외 직접 투자 자금을 대규모 인출한 영향이다. 지난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였으나,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확보해 두거나 환전을 지연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엔화 예금과 유로화 예금은 각각 4억달러, 12억달러 증가했으며 위안화 예금은 1억5000만달러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유로화 예금은 일부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일시 예치 등으로, 엔화 예금은 일부 기업의 수입 결제 예정 대금 예치 등 영향으로 증가했다.
주체별로는 한 달 새 기업예금(942억8000만달러)이 18억2000만달러 감소했지만 개인예금(149억7000만달러)은 9000만달러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984억5000만달러)이 15억5000만달러, 외은 지점(108억달러)이 1억8000만달러 줄었다.
한은은 환율이 이번 달 들어 1300원을 다시 넘어서는 등 다시 오르고 있지만, 외화예금 감소나 증가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 시기에도 외화 예금이 한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등락을 보였고, 환율보다는 결제 대금과 같은 실제 자금 수요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번 달 어떻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