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돈잔치’한 은행에 ‘돈가뭄’ 호소
5% 넘는 고금리 중기대출비중 작년 28.8%
기업대출 금리인하폭 가계대출 절반에 그쳐
2024-02-27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기업들이 은행권에 돈 가뭄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출 금리가 치솟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은행에 금리 인하폭을 높여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크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고금리 대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이자수익 효과를 누린 은행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중소기업 고금리 대출 비중이 급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 5% 이상짜리 물량 비중은 28.8%를 기록했다. 2013년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은행권 금리 5% 이상 중기대출은 8.6% 비중이었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는 3.5%, 2021년에는 3.0%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30%로 껑충 뛰었다. 그간 기업의 상황에만 맞춰 판단했던 대출 기준이 업권 상황에 맞춰 다소 완화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기대출을 고금리대출(3% 이상)을 월별로 살펴보면 작년 11월 83.8%, 12월 77.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최고치인 2008년 12월(92.3%)에 비하면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반면 저금리 대출(3% 미만) 비중은 2021년 60.9%에서 지난해 11.9%로 대폭 줄었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금융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5.7%를 기록, 1년 전 3.37% 대비 1.7배 높다. 2012년 6월(5.81%)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53조4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말 대비 236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년대비 중소기업 대출 잔액 증가분은 2019년 47조3000억원, 2020년 87조9000억원, 2021년에도 81조8000억원, 지난해 67조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기대출은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기업 대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 중 금리 5% 이상 비중은 18.9%를 기록했다. 전년 비중(3.0%) 대비 6.3배로 커진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기업대출 금리 하향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이자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가중됐다. 지난 23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지만 미국의 계속된 금리 인상 행보는 양국 간 금리 격차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금리 하향 촉구는 은행권의 재정상 부담이다. 다만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신 이자수익에 기반, 역대급 실적을 달성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에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복합 경제위기 돌파구로 올해 10대 핵심 미션을 설정, 그중 하나로 ‘고금리로 인한 중소기업계 금융 애로 대응’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