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노영민‧김연철 기소

[매일일보 권영현 기자]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연루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재판을 받는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전 정권 인사들이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4명은 2019년11월2일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강제 북송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탈북 어민 2명이 국내 법령, 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 중인데도 조사가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보고서를 작성 및 배포하게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원장의 공소장엔 강제북송 방침에 따라 조사를 중단하고 조기 종결하도록 조사팀의 조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연철 전 장관과 노영민 전 실장은 이 과정에 가담했다는 혐의다.

나포 이틀만인 11월4일 노 전 실장은 청와대 대책회의를 주재해 강제 북송 방침을 결정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을 대전제로 수사에 나섰다. 대한민국헌법 제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한다’고 명시돼있다. 헌법이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 전체인 만큼 국민의 기본권을 누리는 주체에 북한 주민까지도 포함된다는 것.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상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강제 북송, 추방 등의 규정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2019년11월2일 동해상에서 어선을 타고 남하한 북한 어민 2명은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당시 청와대 대책회의의 북송방침에 따라 나포 닷새 만인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 전 정부는 이들이 남하 직전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후 도주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게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지 않은 채 북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