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CJ, 3분기 실적 ‘총수 부재’ 영향 컸다
중요 사업 결정 못해 현상유지도 급급
[매일일보 전수영 기자] 3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총수가 부재인 SK·한화·CJ의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사업은 이어갈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나 중요 사업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이 같은 실적부진이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5조8582억원, 영업이익은 3826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56.7%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부진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과 제품 수요 감소 및 마진 하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계열사 중 SK루브리컨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계열사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4분기도 실적 호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해외 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계획이 담겨 있는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2일 원유개발 사업 30년 만에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일일 원유 생산량이 7만 배럴을 넘겼다. 2011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SK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독일의 컨티넨탈과 합작해 SK컨티넨탈이모션을 설립하고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배터리 제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부재로 인해 지속적인 기술개발(R&D)이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제대로 수행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SK건설도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 때문에 48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김 회장의 부재로 인해 한화건설은 중동지역의 특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라크 재건사업을 위해 수차례 현재를 방문해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를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지난해 7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김 회장을 만나 발전 및 정유시설, 학교, 병원, 태양광 사업 등 총 10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추가 재건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2017년까지 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재건사업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한화건설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리며 향후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의 부재로 장기간 경영공백이 생기면서 추가 수주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또한 한화건설의 중동 진출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에 진출하려고 했던 국내 건설사들 또한 진출이 더딘 상황이다.
CJ 역시 이재현 CJ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와 증권업계는 CJ제일제당이 바이오 부문 실적의 부진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신 시장의 경기가 부진했고 중국 업체들이 라이신을 과잉 공급하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하락해 CJ제일제당으로서는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내년도 시장 상황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CJ오쇼핑의 해외 사업도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모든 해외지역에서는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의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수 부재로 인해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불확실해지면서 사업 확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 부재인 기업들은 비상경영을 통해 현 사업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잘못한 부분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총수의 복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