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 피해자 소송 대리인 찾기 힘들다

‘기업고객 눈치’에 대형 법무법인 모두 기피

2013-10-2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동양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투자자들의 소송전이 소송을 대리할 법무법인 찾기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동양그룹 계열사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임을 받았거나 계열분리 업무를 위임받은 상황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기업어음(CP)에 투자한 채권자들은 개인투자자비상대책위(비대위)를 구성해 검찰에 동양증권을 사기 혐의로 고소할 절차를 밟아 왔으나 대형 법무법인들과 접촉과정에서 의뢰를 모두 고사당했다.

애초 이들은 동양증권이 실질적 채권자인 피해자들의 동의도 없이 특정금전신탁에서 동양관련 CP를 편입시켜 놓고 법정관리 절차에서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 반발, 법무법인을 선임해 해당 논리를 뒤집어 CP에 대한 채권자를 피해자 개개인으로 하려 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김앤장, 광장, 세종 등 10대 법무법인 모두에게 사건 수임을 거부당했다.

5대 법무법인 중 광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동양증권의 자문사로 선정됐고 세종은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로부터 수임을 받았다. 업계 1위인 김앤장은 해당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현재 동양생명 계열분리 업무 위임을 맡고 있어 수임을 거부했다.

결국 시간적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비대위는 법원에 피해자집단을 도와줄 법무법인을 요청한 상태지만 요청이 받아들어진다 해도 중소형 법무법인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비대위 참가자는 “동양은 피해자들의 돈으로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업무를 맡긴 상황에서 중소형 법무법인을 선임해서 승산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중소형 법무법인이 수임을 승낙할지도 의문이다. 중소형 법무법인들은 기업을 장기적인 고객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비대위의 사건 수임을 일회성 고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대형 법무법인의 입장에서는 개인 피해자보다 ‘큰 손’인 기업 고객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LIG CP나 키코 사태 때도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유독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문제는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조사위원을 맡은 회계법인 역시 동양과 업무 관계로 얽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7일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사에 대한 법정관리를 개시하면서 조사위원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했다.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안진회계법인은 동양자산운용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

이에 비대위는 안진회계법인을 조사위원에서 제외하고 공정하게 조사위원업무를 할 수 있는 다른 조사위원의 선임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