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너지 인플레이션에 산업계 ‘곡소리’ 커진다

정부, 올해 1분기 전기요금 kWh당 13.1원 인상 대기업·中企·小工 “살길 막막”…“인상폭 조정해야”

2023-03-05     김원빈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김원빈 기자] 공공요금 인상에 국내 기업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제주체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 빈도와 폭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기비 인상이 산업계의 뼈 아픈 경영상 난국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전기요금은 작년 4월과 7월, 10월 인상된 가운데, 지난 1월에도 한차례 더 오른 바 있다. 작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3.1원 인상했다. 올해 1분기 적용된 전기요금 인상은 작년 4분기 단행 당시와 비교해 9.5%나 오른 수준이다. 이는 제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분기당 평균 14.7% 상승했던 1980년대 이후 42년만 최대 인상폭이다. 작년 전기요금이 세 차례에 걸쳐 ㎾h당 19.3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매우 가파른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기수요가 많은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 등 산업계 전반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어 손님이 적은 상황이 아닌데도 전기요금으로 매출의 대부분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상승하고, 각종 공공요금은 공공요금대로 인상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것이 없다면, 자영업자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동일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24시간 전기를 가동할 수밖에 없는 편의점의 특성상 전기요금 인상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면서 “같은 입장인 다른 점주들을 보더라도, 이제는 ‘자포자기’에 빠져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에 나서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의 토로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 1월 실시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4.9%에 달했다. 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관 협·단체의 조사인 점을 고려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 대응계획으로 ‘특별한 대책 없다’고 응답한 업체가 69.9%로 가장 높게 나타나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또 현재 에너지 사용량이 ‘반드시 필요한 수준이며 더 이상 절감할 수 없음’으로 응답한 기업이 51.5%에 달해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업체가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달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민 고통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면한 위기 극복 차원에서 제한적으로나마 국민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전력기금 부담금 요율 인하 및 전기요금 부가가치세율 한시 인하를 정부에 건의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불가피한 공공요금 인상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제 주체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한시적인 대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급 대란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불가피하게 공공요금 결정을 인상하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체질 개선과 연봉 동결 등 자발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구적인 대책은 아닐지라도, 한시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에 한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필요도 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 업계를 설득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