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전기세를 비롯한 공공요금과 택시요금이 급등세에 ‘24시간 영업장’이 줄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영업장의 매출은 줄고 있지만 인건비와 전기 요금·난방비 등 각종 공공요금이 상승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급등한 택시요금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2일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시가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무 난방용 가스 도매 요금은 MJ(메가줄)당 34.69원으로, 1년 전인 2021년 12월(22.01원) 대비 57.6% 급등했다. 전기요금은 1년 전과 비교해 kwh(킬로와트시)당 총 32.4원(30%) 상승했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커녕 혹한의 12월을 보낸 소상공인에게 지난달 한파보다 무서운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덕현 대표는 “지난달 가스요금이 평소 30~35만원 나왔는데, 이번에 두 배가 넘는 75만원이 청구됐다”며 “고객은 덥거나 추우면 그냥 나가버리고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기에 항상 손님을 맞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소상공인은 손님이 매장에 있든 없든 울며 겨자먹기로 난방을 틀어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택시요금 인상도 심야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26.3%) 올랐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기본요금뿐만 아니라 요금 산출 기준도 달라졌다. 기본요금 적용 구간은 2㎞에서 1.6㎞로, 추가 요금이 100원씩 올라가는 거리도 132ｍ에서 131ｍ로 각각 줄었다. 시간 요금 역시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올랐다.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택시요금 인상까지 겹치자 현장에선 심야 시간 손님이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이에 24시간 영업하던 가게들은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심야에 방문하는 손님도 적어진데다, 공공요금 상승으로 인해 가게에 불을 켜고 난방을 때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서울 모처에서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던 한 업자는 얼마 전 영업시간 단축을 결정했다. 이 업자는 공공요금 상승에 대해 “원재료 가격, 공공요금, 인건비 등이 지나치게 올라, 24시간 내내 가게를 열자니 영업하고만 있어도 부담해야 하는 돈을 빼면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택시요금도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그나마 조금 늘었던 심야 시간 손님이 최근 눈에 띄게 줄었는데, 택시요금 급등으로 부담을 느껴 일찍 귀가하려는 낌새였다”며 “단골 손님들 역시 택시 요금이 부담스럽다며 막차를 타야 하는 11시 남짓한 시간이면 자리를 뜬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의 대표 격인 편의점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한 편의점주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보니 새벽에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인건비가 올라 24시간 내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긴 부담스러워 직접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바우처 제공과 요금 할인 등의 에너지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상공인은 해당 법령에 포함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급등 부담을 최소화할 근거를 법제화해 현재와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