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가 상승·공공요금 인상에 물가 둔화 더딜 것"
한은 '믈가 여건 변화 및 리스크 점검' 보고서
"노동시장 인플레 압력도 위험요인 부상"
2024-03-0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앞으로 국제 유가와 공공요금이 오르고 노동시장 인플레이션(물가상승)까지 겹치면, 전체 소비자물가의 둔화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일 'BOK 이슈노트'에 실린 '물가 여건 변화 및 주요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리스크 요인들이 적지 않게 잠재해 있는 만큼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1월 소비자물가는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로 고점을 기록한 후 8월(5.7%), 9월(5.6%)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한 후 10월(5.7%)엔 다시 확대됐다. 11월과 12월에는 5.0%로 같은 수준을 보였으나 올 들어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국제유가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따른 수요 확대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양상 및 러시아 감산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 등이 상방 리스크로 잠재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유가 전망기관들의 전망치 편차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외 전망기관 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공공요금도 인상 폭 및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연내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물가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공공요금 인상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직·간접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인상 폭 및 시기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게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및 공공요금 상승폭이 확대될 경우 생산원가 상승을 통해 여타 재화, 서비스 가격에 대한 이차 파급영향이 나타나면서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류와 전기·도시가스요금은 체감도가 높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과의 연관성이 적지 않은 가운데, 특히 전기·가스·수도요금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노동시장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 견조한 노동시장 등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 수급여건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미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동시장과 근원물가 간에 밀접한 연관성이 존재하는 만큼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경제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중앙은행의 정책대응에 따라서도 향후 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교한 정책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