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에 카드사 수익성 뚝뚝…금산분리 완화에 신사업 기대

당국 "의견 취합 중"...카드사들 새 먹거리 찾기 분주 수수료 인하·조달비용 상승에 수익구조 다각화 절실

2024-03-05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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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카드업계가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제도 완화 움직임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각종 신사업 진출 장벽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당국이 조만간 금산분리 제도 완화를 둘러싼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카드사들이 플랫폼과 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체질 개선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카드사들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와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빅테크사 결제시장 진출 등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해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여신금융협회에 카드업계의 금산분리 이후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담긴 세부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여신협회는 각 카드사에 해당 내용을 전한 뒤, 관련 내용을 취합하는 중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주요 추진업무로 금산분리 완화를 내걸었던만큼 금융위원회도 업계의 의견 취합이 마무리되는대로 금산분리 제도 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것으로, 제조업이나 서비스사가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금융사가 비금융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고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다만 최근 디지털화·빅블러 등 플랫폼을 위시한 첨단산업이 등장하면서 금산분리는 금융시장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의 경우 금산분리 탓에 플랫폼이 중심이 된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제도 완화를 언급한 배경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산분리의 기본틀은 유지하면서 금융사가 비금융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의 확대나 자회사 출자규제의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금융사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고 대표적으로는 금산분리 규제가 있다”며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것”이라며 언급하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금산분리 완화를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조달비용 부담 가중,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등 업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와중 새로운 활로 모색이라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IT나 플랫폼과 같은 분야에서 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각 카드사들이 모인 '오픈페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앱에 타사 카드를 등록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결제 빅데이터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신용평가(CB)사업도 보다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금융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CB사업에 나서고 있는데,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CB사업을 전문으로 영위하는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기업을 인수할 수 있어 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금융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 정책 기조에 따라 오랜 숙원사업이던 종합지급결제업 우회 진출도 가능성도 비쳐진다. 종합지급결제업이란 은행이 아닌 사업자가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해주고 전자자금 이체 업무를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최근 금융당국에서 언급이 나온 '은행권 과점구조 혁신'과도 연관돼 있다. 이는 곧 카드사들이 유통, 통신업 등 다양한 업종을 자회사로 편입해 디지털과 관련된 신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종합지급결제업 진출이 이뤄질 경우 카드사들이 유통, 통신업 등 다양한 업종을 자회사로 편입해 디지털과 관련된 신사업을 펼칠 수 있다. 앞서 신한·KB국민·BC카드 등은 가맹점 정보 기반 개인사업자CB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바 있다. 금융권은 카드사들이 소비자와 밀접한 방대한 양의 소비 및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금융이나 마케팅과 결합할 경우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점에서 데이터가 향후 카드업계의 엔진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간편결제도 활성화되고 있어 보다 방대한 결제데이터를 신산업에 응용하려는 수요가 큰 만큼 금산분리 완화는 긍정적인 조치"라며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과 마케팅이 결합하는 등 시너지가 커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카드사업 혁신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