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도 살려달라”…소상공인도 공공요금 ‘쇼크’
코로나19 빚더미에 공공요금 급등 악재 겹쳐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등 정책 마련 절실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소상공인들이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며 그간 쌓일 대로 쌓인 빚더미를 해결하기도 전에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5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3년 2월 경기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소상공인 2월 체감 경기지수(BSI)는 56.2로 전월 대비 3.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7월 53.8 이후 7개월 만에 최저 수치다. 소매업(-22.0포인트), 음식점업(-9.1포인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전통시장 역시 41.4로 지난달 대비 18.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 40.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낙폭 역시 지난해 9월에서 10월 19포인트 하락한 이후 가장 컸다. 응답자들은 경제 한파로 인한 소비 위축을 체감경기 악화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소상공인 30.7%, 전통시장 상인 25.6%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를 체감경기 악화 사유 1순위로 선택했다. 물가, 금리, 공공요금 등 비용 증가 및 유동인구 감소도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현재 음식점과 미용실, 노래방 등 업종을 불문하고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업종 특성 상 전기 사용량이 많은 PC방이나, 가스 사용량이 많은 목욕업 등은 더한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선 에너지비용 급등에 대비한 소상공인 전용 보험 상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에 대한 에너지 지원 법제화를 촉구했다. 이날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소공연이 지난달 실시한 긴급 난방비 실태조사 결과 난방비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51.6%에 달했다”며 “코로나19의 확산, 삼중고에 더해 난방비 폭탄까지, 연속되는 이 위기가 언제쯤 끝을 보일지 이제는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공연은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 법제화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으로 냉난방비 부담 완화 △에너지비용 급등에 대비한 소상공인 전용 보험 상품 마련 등이다. 특히, 분할납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요금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주장하는 바다.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덕현 대표는 “지난달 가스요금이 평소 30~35만원 나왔는데, 이번에 두 배가 넘는 75만원이 청구됐다”며 “항상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소상공인은 손님이 매장에 있든 없든 항상 난방을 틀어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여름 유례없는 폭우로 가게가 침수됐을 때 풍수해보험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던 경험에 비춰, 한파 시 평소보다 증가한 난방비의 일부라도 보상해주는 소상공인 전용 보험제도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풍수해보험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70%를, 가입자가 나머지 30%를 부담하는 제도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5일 국민부담 최소화를 위해 공공요금을 상반기 중 최대한 안정기조로 유지하고, 전기 및 도시가스요금의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