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기조에도…유아용품 시장 ‘건재’

친환경‧프리미엄 제품 선호 ‘텐 포켓’ 현상 밀폐용기업계, 유아용품 라인업 확장 나서

2024-03-05     김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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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와중에도 유아용품 시장이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아용품 시장은 친환경 등 프리미엄 제품 선호가 높아지고 제품이 다양화돼 1인당 육아 지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가족과 출산조사’ 보고서를 보면, 1인당 영유아 자녀 지출금액은 월평균 60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기준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2조4000억원에서 거의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는 등 ‘초저출산’ 시대라는 점을 비춰볼때 이례적인 수치다. 유아용품 시장은 소비자층이 제한적인 만큼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지속적으로 출산정책을 내놓고, 외자녀에 대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외자녀 양육 가구가 증가했다. 이에 부모와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 등 아이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공동육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열 개의 지갑이 열린다는 의미의 ‘텐 포켓(Ten pocket)’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소비자층의 확대가 육아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유아용품 업계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또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정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는 등 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생산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아용품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본래 딱딱한 소재다. 유연성과 탄성을 더하기 위해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사용된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그린피스에서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경고한 성분이다. 장시간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 심장, 허파 등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있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장난감, 놀이매트, 아기욕조 등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이에 친환경 유아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뜨거운 물에 담가 소독하는 용품은 열에 강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젖병을 소독할 때 주로 ‘열탕법’을 이용하는데, 너무 높은 온도에서 오래 끓이면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가 용해될 수 있다. '비스페놀 A'는 인체의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한다. 정상적인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또는 그 작용을 억제하는 등 교란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비스페놀 A'는 야생 동물의 성전환 등을 포함하는 내분비계교란, 대사장애, 고혈압 및 조기 성성숙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아동 간호학회지에 실린 ‘국내 젖병소독법의 실태조사’ 논문에선 폴리카보네이트 성분의 젖병은 열탕 소독을 해도 되지만, 끓이는 시간을 5~8분으로 줄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밀폐용기업계는 유아용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락앤락은 프리미엄 내열유리를 적용한 이유식 보관용기 바로한끼, 이유식 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킵, 안심 트라이탄 소재를 사용한 유아용 쁘띠 프렌즈 빨대컵, 키즈 스트랩 텀블러 등을 출시했다. 글라스락도 지난 2012년 토털 이유식 솔루션 브랜드 ‘글라스락 베이비’를 통해 유아 식기 시장에 진출했다. 글라스락 고유의 템퍼맥스 내열강화유리 소재가 적용돼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 발생 우려를 없앴다. 열과 충격에도 강하다. 코멕스산업은 전자레인지에서 이유식 및 영양식 조리가 가능한 ‘지금은 렌지타임 키즈’를 시작으로, 이유식 전용 밀폐용기까지 선보이며 키즈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을 담아 영유아 전용 라인업 리틀럽 시리즈를 선보였다”며 “이유식 용기, 키즈 스트랩 텀블러 및 빨대컵, 이유식 칼세트, 도마 등 다양한 유아 전용 제품을 지속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아용품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친환경 유아용품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어 수출 시장으로도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