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반값 전기차를 구현하는 방법은?

김 필 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2024-03-05     기고
[매일일보 기고] 작년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는 약 980만대 수준이다. 올해는 150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8000만대 정도를 생각하면 얼마나 빨리 전기차가 판매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완성도가 좋아지면서 더욱 시장은 치열해지고 있고 훌륭한 전기차가 많아지고 있는 점은 소비자에게 좋은 현상이나 제작자들에겐 더욱 생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벌써 테슬라를 필두로 가격 인하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전기차 가격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원래 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약 1.5~2배 정도 고가여서 보조금 등으로 경쟁여건을 맞추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과 배터리 원자재의 안정된 공급과 가격 인하는 물론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가격 인하 요건이 성숙해지면서 전기차 가격이 훨씬 빠르게 인하되는 모습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서 올해 후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유사해질 요소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가진 테슬라는 약 20%의 가격을 인하해도 흑자 유지가 가능하나 다른 일반 글로벌 제작사들은 영업이익률이 약 5~6%에 불과해 낮출 수 있는 요소가 한정적이다. 전기차 가격을 낮춘다면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공식은 모든 제작사에 해당한다. 쉽지 않은 방법이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반값 전기차'는 가능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고가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꾸는 부분이다. 전기차의 가격 중 약 40%가 배터리 비용인 만큼 배터리의 가격 인하는 중요 포인트다. 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CATL 등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고 지난 중국 시장의 선점과 더불어 이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배터리다. 물론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무게나 부피가 큰 한계가 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약 30% 낮은 가격이 무기다. 이에 발맞춰 포드가 먼저 중국산 인산철 배터리 탑재를 공식화했다. 물론 인산철 배터리의 한계성을 높이기 위해 셀투팩(Cell to Pack) 공법 등 다양한 기술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포드가 그동안 배터리 동맹을 벌였던 SK온과의 사이가 벌어진 부분도 바로 중국산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게임체인저 기술로 언급되는 전기차 자동변속기 탑재라 할 수 있다. 약 7년 전 필자가 처음 언급할 당시에 전기차 변속기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으나 최근 포르쉐 타이칸 2단 변속기 탑재, 아우디 e트론 2단 변속기 탑재, 대만 고고로의 전기이륜차 2단 변속기 탑재가 이어져 양산형으로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이튼의 4단 변속기가 전기버스에 탑재된다. 전기차용 변속기를 탑재하면 단수가 높을수록 경제성이 뛰어나 같은 배터리로 주행거리 연장 30~50%가 나타나고 등판능력의 획기적 개선, 모터 등 각종 장치의 온도 유지 등으로 냉각장치가 필요 없는 1석 10조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변속기를 전기차에 응용할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를 작은 용량 그대로 사용하면서 주행거리의 획기적 연장 등 다양한 장점으로 '반값 전기차'가 구현될 수 있다. 무게가 낮아지면서 타이어 수명 연장, 모터 내구성 유지는 물론 기계식 주차장이나 정비용 리프트 유지, 아스팔트 수명 유지 등 다양한 인프라적 장점도 부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