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바이오 산업 강화 천명… 前정권 공수표 답습 않으려면?

尹 대통령 "바이오헬스 산업, 제2의 반도체로 키울 것" 업계 기대 반 의심 반 "이전 정권과 공약 대동소이… 실효성 강화해야"

2024-03-06     이용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며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전 정부들도 바이오를 핵심 산업으로 내세웠지만 공수표로 끝난 만큼, 이번 정부의 지원 정책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각 정부 부처 및 금융기관 등에 지원과 투자를 특별 지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주요 전략은 △의료기기 수출 세계 5위 달성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로, 이를 바탕으로 제약 6대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복안으로 △첨단제품 시장 진출 위한 규제체계 재설계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립 △인력 양성 위한 바이오헬스 전공 확대 △국책은행의 투자 활성화 등 방안을 내놓았다. 업계는 이번 윤 대통령의 전략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제약바이오 산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또한 바이오 헬스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혁신위 설립과 인재 양성, 과학기술인 연구 환경 개선, 금융기관 투자 확대 등 공약을 내세웠다. 문 정부 시절 제약바이오 산업은 폭풍 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보건산업 수출액은 2017년 126억 달러에서 2021년 257억 달러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해당 성과가 온전히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수출액 급성장의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수요가 폭증했던 진단키트 덕분으로, 감염병 시대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데믹이 다가오는 현재는 매출이 줄어든 형편이다. 진흥원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직전 분기 대비 제약은 13.0%에서 12.9%로, 의료기기는 15.9%에서 1.4%로 줄었다고 전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등 의료기기 시장을 주름잡던 진단키트 업체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등 첨단 기술이 시장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정부가 바이오 클러스터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벤처 기업과 청년들이 바이오헬스 분야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국내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자의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도시 인프라와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부족해 간판만 내건 실정이다. 국내서는 송도와 오송이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로 평가된다. 그러나 송도는 의약품 생산에 집중된 대기업만 몰려 있고, 오송은 규제기관 외에는 입주 기관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오송의 J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세운 보스턴 수준 클러스터가 새로운 지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기존 지역을 개선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현재 국내에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클러스터의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를 활성화 하겠다는 방안 또한 업계 현장 분위기를 잘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측은 윤 대통령이 "디지털·바이오헬스 분야를 제대로 산업화시키기 위해서는 재정뿐 아니라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책은행이 어그레시브하게 금융 투자를 선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바이오벤처 업계가 투자 한파로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내놓은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계에 투자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일부 기업의 주가·임상 조작과 정부 지원금 먹튀 등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치료제 개발사 5곳, 백신 개발사 9곳에 지원했으나 이 중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 단 두 곳만 성과를 냈다. D제약사 관계자는 “과거 코로나19 지원금 먹튀와 신라젠의 상장 폐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등 충격으로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투자 시장에서 소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에게 투자를 주문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