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함께하자"…재계 총수들, 엑스포 유치 '민간외교관' 역할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韓 미래사업 주목하는 전 세계
최태원 만난 포르투갈·스페인 정상 “韓 협력 확대 바란다”
이재용·정의선·구광모·최정우 등 각국 정상 만나 유치전
2024-03-06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포르투갈은 한국 기업과 배터리, 반도체, 그린 수소 등 분야서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스페인은 유럽 2위 자동차 생산국이자 반도체의 산업 생태계도 잘 갖춰진 국가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통령 특사’로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각국 정상들이 건넨 말이다. 각국 정상들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한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들에게 긴밀한 경제협력을 강조하면서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지지도 호소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기업인들이 ‘민간 외교관’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들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의 미래 산업에 주목하면서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들이 세계 각국 정상들을 만나 미래 산업 협력 확대를 논의하면서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점유율 1, 2위 기업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하나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SK온-포드 현지 합작공장을 방문했고, 지난달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LG엔솔-GM 현지 공장을 방문했다.
우리나라와 긴밀한 경제협력을 원하는 국가들에게 부산엑스포의 비전 설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이번 유럽 방문 때 세계 1위 풍력터빈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갈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서 민간 기업 간의 경제협력도 강화했다.
실제 국내 주요기업 총수들은 자사의 미래 사업 경쟁력을 어필하며 각국 정상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설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가 한국과 네덜란드가 함께 선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 뤼터 총리는 차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국 주미대사를 만나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 확산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현황을 비롯 미래 자동차산업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면서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체코와 슬로바키아 양국 총리를 만나 전기차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을 벌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폴란드엔 약 100만대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LG엔솔 브로츠와프 공장이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2016년 브로츠와프 공장 기공식에 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으로 참석한 바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포스코그룹이 아르헨티나 염호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리튬을 직접 생산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정부와 향후 리튬 공장 증설 및 양극재 생산 협력까지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