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도 외환시장도 다시 요동…약발 안 먹는 한은 통화정책

금융시장 변동성 커지자 "금리 동결 성급했다" 지적  오락가락 한은 "물가 둔화 더딜 수도"...책임론 부상

2024-03-06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기준금리 동결 판단 이후 금융시장이 되레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연 3.5%)한 뒤 일각에선 한은의 판단을 두고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은의 통화정책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장기화하고 금리도 더 올릴 거란 전망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모양새다. 실제 그 여파로 국내 채권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뛰고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준금리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는 지난 2일 연 3.877%까지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의 최종금리 전망이 높아지자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4%대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으면 채권시장이 향후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게 아니다”며 ‘매파(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은 만큼 ‘한은 실책론’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6일 채권 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3일 기준 0.087%포인트 내린 연 3.791%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연 3.9%대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으론 한은 금리 동결 후 0.192%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은 멈췄는데 시장금리는 상승한 것이다. 일각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또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시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는 최근 연 4%를 돌파했다. 1월 세수가 전년 동월 대비 6조8000억원 덜 걷히면서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이 국채 금리를 밀어올렸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동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퍼진 뒤 지난달 저점(1220원대) 대비 100원가량 뛰며 132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유로화(2%), 위안화(2.9%)와 비교할 때 상승세가 가파르다. 실제 이 총재도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이라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을 두고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킹달러(달러 강세)’가 부활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긴축 여건에 의한 부담과 중국 리오프닝 등 대외 요인이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데에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은 영향이 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초 101선에서 지난달 말 105선까지 치솟았다. 현재도 104선의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은 물가, 고용, 소비 관련 경제 지표가 줄줄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고물가 흐름이 빠른 시일 내 꺾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3월은 물론 5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 연속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정책금리 격차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연준이 이달 21~22일(현지시각) 열리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폭은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벌어진다. 만약 연준이 일부 시장 예상대로 이번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금통위 결정 이후 순매도 흐름을 보이는 것도 금리 동결 여파라고 지적한다. 금리 동결로 환율 상승이 예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환율이 들썩이고 외국인 자금 순매도 감지되자, 한은도 향후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BOK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국내외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둔화 속도는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연말이면 물가상승률이 3% 초반대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양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나열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것이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도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물가 둔화 속도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국제유가와 환율 추이와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