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전문가들 “설마 일본이 한반도를…”

日 집단자위권 韓 우려에 “과잉반응” 반응이 주류…‘진주만’ 잊은 듯

2013-10-29     신재호 기자

[매일일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 ‘사실상의 평화헌법 무력화’로 우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에 대해 미국 정부나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는 “과잉반응이거나 오해”라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국의 우려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힌 전문가도 있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기류는 “이제 일본이 역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국가로 가도 될 때”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매체가 접촉한 미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 미일군사동맹의 ‘균형’을 위해 당연한 것이고, 이를 미국이 동북아 역내에서의 영향력 유지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008년 야나이 슌지 전 주미일본대사가 작성한 이른바 ‘야나이 보고서’를 근거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야나이 보고서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는 명백히 방어적이며 어떤 형태로든 공격적이거나 주변국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며 “한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협으로 오독하는 것은 지난해 한일정보보호협정 무산 같이 워싱턴에게는 상당히 곤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같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의 월터 로먼 국장은 “솔직히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을 상정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려우며 미국이 그런 고려를 하는지도 상상하기 힘들다”며 “집단적 자위권은 미일 양국의 좀 더 완전한 협력과 대만 등에서의 비상사태 대비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팀슨센터의 중국전문가인 앨런 롬버그 연구원은 “일본군이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경우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겠으며, 이는 21세기에 불가능한 일”이라며 “집단자위권 확보는 일본이 역내 동맹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있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 쉴라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논쟁에 있어 일본 자위대가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서울에 진입하는 하는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다”며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비전투 병력의 소개, 즉 일본 시민들을 무력충돌 현장에서 긴급 피난시키는 것인데, 물론 이 경우에도 한국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연구원은 특히 “미일 방위지침은 양국 군사적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여기서 다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미일 삼각 대화를 통해 역내 안보우려를 해소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시아문제 전문가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약간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안은 한국을 돕는 주한미군의 지원과는 기본적으로 관계가 없으며, 헌법의 해석을 바꾼다고 해서 미국이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보낼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에 군사대국화 우려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 주둔 미군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일본을 배제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군대와 장비만으로는 미국의 확실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국민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더글러스 팔 연구부회장은 “미국은 일본이 2차대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지역내 집단안보체제 기여하려 노력하는 것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 속도는 비위협적이고 주변국들에 이해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다소 다른 톤의 시선을 밝혔다.

팔 부회장은 특히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인들과 군사지도자들이 미래의 방위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해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일본의 (방위)역량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 국민과 정부에 달려있다”며 한국과는 상관없는 문제라는 듯한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