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참에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2024-03-07     이상민 기자
이상민
정부와 노동계의 대치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며 연일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노조는 노동계에 대한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설노조는 5월 총궐기대회와 7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6일 노조 관련 온라인 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한 달 남짓 운영된 센터에는 지금까지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51건이 횡령 등 노조 재정 부정 사용, 조합원 폭행·협박·괴롭힘, 노조 가입·탈퇴 방해, 회계감사 미실시·감사결과 미공개, 노조 회계자료 미비치·미공개, 조합비 부당집행,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등 집단노사관계와 관련된 신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된 사례 중에는 노조가 오히려 노동자를 협박하며 비리를 감추거나, 일용노동자가 생계를 위협받으면서까지 협박에 못 이겨 집회에 참석한 사례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노조가 조직폭력배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리적 힘을 앞세워 약자를 착취하는 모습이 조폭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회계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노조의 한 간부는 간부 직위에서 해임된 것은 물론, 이후로도 계속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의혹을 제기했던 조합원들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것은 물론 노조를 탈퇴한 지금까지도 회사에서 해고하도록 만들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자신들과 무관한 상급 노동단체의 파업과 집회에 강제 동원됐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참석하지 않으면 조합원에서 제명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위협해 할 수 없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집회의 특성상 많은 참석인원의 숫자가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담보해 주는 근거처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회 때마다 이런 강제 동원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각종 선거를 치뤄야 하는 정치인들이 노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실력행사를 통해 국민 정서와는 무관한 자신들이 유리한 법을 관철시킨다는 이른바 ‘떼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괜한 의심은 아닐 것이다.

“근무를 하루만 빠져도 생계에 위협을 받는 건설 현장의 일용근로자인데 올해도 줄줄이 집회가 예정돼 있어 앞으로 생계를 이어갈 일이 걱정스럽다"는 근로자의 호소가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신고사례를 근거로 '노조 회계 공시 활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고용노동부에 힘이 실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노조의 자업자득인 셈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공금 유용과 부당한 조합비 사용에 편을 들어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조합원은 물론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깨끗한 노동조합으로 거듭나는 것이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노조로 환골탈태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국민들은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정부는 노조의 불법과 비리는 뿌리 뽑되 노동자의 권익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한다. 노조가 절대적 우위에 있는 사용자에 맞서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는 근로자의 유일한(?) 자기 보호 장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