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국 '경기 부진' 공식화…반도체발 수출 위축·내수 둔화"
8일 한국개발연구원 '3월 경제동향' 발표 대중국·반도체 수출 부진 지속…제조업 위축 이어져 中 리오프닝 효과 의문…"긍정 영향 가사화 안돼"
2024-03-08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과 내수 모두 위축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해서도 "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으나, 중국 실물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기대감을 낮췄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특히 고용 둔화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 해소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DI는 8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12월에서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둔화 가시화'(1월), '경기둔화 심화'(2월)로 이전보다 한층 부정적으로 언급하다가 이번 달에는 '경기 부진'을 공식화했다. 한국 경제의 주동력인 수출은 대중국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2월 중국에 대한 일일 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31.1% 줄면서 1월(-29.8%)보다 감소 폭을 더욱 키웠다. 같은 달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의 일 평균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11.1% 떨어졌다. 대중국 수출액만큼의 급격한 하락 폭은 아니지만 계속 위축되는 흐름은 같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의 수출 부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47.7%로 1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12월(-29.1%), 1월(-43.2%)과 비교해 점차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 감소율은 33.9%에 달했다. 반도체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출하(-44.2%)가 감소하고 재고(39.5%)는 증가한 가운데, 수출가격(-30.4%)도 급락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 KDI 설명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 부진에 제조업 경기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2.7%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 감소에 전산업생산은 0.8%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수 역시 소매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생산 증가세도 완만해지는 등 소비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3.9로 전월 대비 2.1% 줄었다. 작년 11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의복 등 준내구재(-5.0%),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가 모두 하락한 영향이다. 또 다른 소비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었으나 전월(1.5%)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도소매(3.7%)와 부동산(5.4%) 등에서 증가했으나 금융·보험(-5.0%) 등에서 생산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0.7)보다 낮은 90.2를 기록했다. KDI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9.8→99.4)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8.8→98.5) 모두 기준(100)보다 낮은 수준에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경기 부진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서는 "대중국 수출이 여전히 위축되어 있고 중국 실물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중국의 리오프닝의 실물경기에 대한 긍정적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경기둔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고용 여건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 일자리 예산의 70%를 집행할 예정이다. 추경호 경재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고용둔화 우려에도 산업현장에는 빈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시장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며 "6대 업종을 선정해 업종별 맞춤형으로 내국인 유입 확대, 외국 인력 활용 유연화를 병행해 일자리 매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고용 둔화 여건을 감안해 올해 일자리 예산도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라며 "1분기에 92만4000명 이상 채용(전체 계획 인원의 88.6%)을 목표로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