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통신맏형 KT, 외압 아닌 응원이 필요하다

2023-03-09     김영민 기자
김영민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민영화 20년 넘은 기업 맞나요? 아직도 외풍에 내부는 휘청 휘청합니다."

KT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 선정이 끝났다. 압축 후보 4명 중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인 윤경림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윤 사장은 탈통신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KT에 최적의 사령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두루 갖춰 변화가 필요한 KT CEO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는 오리지널 KT맨은 아니다. LG데이콤, 하나로통신을 거쳐 2006년 KT에 입사해 신사업추진본부장을 지낸 이후 CJ그룹과 현대자동차로 이동했다가 2021년 구현모 대표의 리브콜로 KT로 복귀했다.  윤 사장은 KT에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블록체인, 커넥티드카 등 미래 신사업을 맡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도 바로 통신 이외에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KT의 미래를 설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사장이 KT CEO가 되기 위해서는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 찬반투표와 정부ㆍ여당의 외풍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여당에서는 윤 사장을 구현모 현 대표의 아바타로 표현하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꼬집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입김을 통해 KT CEO 선정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구 대표 임기 동안 KT는 연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고, 주가는 40% 넘게 뛰었다. 따라서 구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 됐으나 역시나 외풍에 좌절되고 말았다. 이번 윤 사장의 최종 후보 결정은 KT 미래를 위한 이사회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 누군가의 이권을 떠나 앞으로 KT의 3년을 책임질 수장을 뽑는 것인 만큼 어떠한 외압이 있어서는 안 된다. KT의 CEO 선정 역사를 보면 낙하산 인사로 얼룩져 있다. 공기업 시절뿐 아니라 민영화 20년이 넘도록 정치적 외압이 끊이지 않았다. KT는 더 이상 공기업이 아니다. 엄연한 민간기업임에도 CEO를 뽑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이유를 두고 ‘주인 없는 기업의 설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치욕적인 역사는 길고 지나치다. 이제는 정말 놓아줘야 한다. CEO 교체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부작용으로 KT 내부는 수개월째 어수선하다. 인사ㆍ조직개편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내부 분위기까지 위축돼 업무 추진이나 경쟁력마저 저하시키는 그야말로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윤 사장이 최종 후보로 결정된 이상 앞으로 조직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또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가 미래 먹거리를 찾아 지속적인 성장하기 위해 새 CEO가 안착하도록 응원해야 한다. 이달 말 주총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KT 윤경림호(號)가 출범하게 된다. 윤 사장이 전략기획 전문가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KT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다. 그는 최종 후보가 되자마자 '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안정적인 조직 운영과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KT를 만들겠다는 강한 목표 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