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으로 속앓이한 중소제약사… ‘공동물류센터’로 해답 찾는다
중소제약사, 센터 통해 의약품 유통 및 보관 비용 부담 감소 효과 기대 유통업계, 중소제약사 직배송에 반발
2024-03-09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중소제약사들이 주축이 된 단체 ‘피코이노베이션’의 공동물류센터가 9일 준공식을 가졌다. 중소사들은 그동안 의약품 유통 비용 문제로 관련 업체와 갈등을 빚어온 만큼, 해당 센터는 기업 부담을 줄여줄 해결책으로 기대받고 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9일 평택시 드림산업단지에 업계 최초로 제약사 공동 물류센터를 완공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의약품 보관을 위한 창고 부족,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설립됐다. 현재 26개사가 본 공동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공동 물류센터 구축사업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로 원활한 의약품 공급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 제약사들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26개사가 본 공동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올해 1월부터 매월 순차적으로 창고 및 물류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향후 중소제약사들이 의약품 유통 및 보관 문제로 겪었던 비용 부담과, 이에 따른 유통업체 의존도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첨단 자동화 제약 물류센터를 구축해 다수 제약사들의 물류 전 과정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시했다. 자동화 센터는 첨단 자동화 설비와 냉장‧냉동창고 등을 갖춰 참여 제약사들의 제품 보관과 선별 및 포장, 배송 등의 출고 업무는 물론 반품, 회수까지 담당하는 ‘토털 물류 시스템’을 제공한다. 조용준 피코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번 센터의 준공 의의에 대해 “중기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생산하면 완제품 창고에 들어갔다가 도매(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약국, 병원)에게 전달됐다. 이젠 생산 제품이 센터로 와서 소비자에 바로 간다. 과정이 감소한 만큼 비용이 감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대비 30%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공동물류센터에 입점한 제약사들은 향후 ‘피코몰’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코몰은 피코이노베이션이 만든 온라인 의약품 유통 쇼핑몰로, 약사와 의사들이 의약품을 주문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료 인하를 함부로 협상하지 못했던 제약사들은 물류센터와 피코몰을 통해 직접 거래처에 직배송할 수 있게된 것이다. 실제로 현재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온라인몰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피코몰은 사실상 기존 유통사의 역할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이에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피코몰이 기존 도매 기능에 영향을 미쳐 산업에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소제약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유통에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한 입장이다. 업계는 유통(도매)업체에 지불하는 마진 부담이 대형 제약사보다 크다고 비판해 왔다, 구체적인 유통 수수료는 업계 비밀이지만, 준공식 현장 취재에 따르면 중소사는 도매업체에 매출액의 약 10~12%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상위 제약사는 8~10%, 글로벌 제약사는 5~7% 수준이다. 규모가 작은데도 수수료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했던 코로나19 시기에도 중소제약사들은 경영 악화를 겪었다. 건일제약의 2020년 영업이익은 그 전해 대비 65.22% 감소했으며, 안국약품은 지난해서야 흑자 전환에 성공해 3년 만에 적자를 벗어났다. 이런 환경 속에 매출의 10%가 넘는 유통 수수료는 중소제약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조 대표는 “온라인몰은 매출이 5000억이 안되면 적자가 난다. 그래서 중소제약사들이 힘을 합쳐 이번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제약사 입장에서는 물류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온라인)도매몰을 통해 도매 회사와도 협업을 모색할 것”이라며 유통업계와의 갈등 봉합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