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칼럼] 김기현 지도부에 바라는 점

2023-03-09     매일일보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고 필자를 비롯해 '개혁보수'를 내걸었던 '천아용인' 후보가 모두 낙선의 아픔을 맛봤다. 당원 투표 반영 비율 100%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당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존중한다. 낙선한 후보분들에겐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선출된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이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번 새 지도부의 구성 면면을 두고 다수의 언론에서 '친윤 일색'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내부 총질'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아 준다면 직전 지도부 일원이자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후보로서 부탁의 말씀을 남기고 싶다. 개인의 창의가 모인 공동체를 지킨다는 보수정당의 본령을 잊지 않는 당이 되기를 바란다. 김기현 신임 대표가 줄곧 강조해왔던 연대와 포용, 통합은 그 대상에 예외란 있지 말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끝난 지 불과 하루 만에 무서운 이야기가 들린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소위 '이준석계'는 당에 발을 붙이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당내에서 나온다는 보도가 있다. 전당대회가 하루만에 최고위원들이 일제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구 제명을 해야 한다', '화합은 절대 안 된다'라며 이야기하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함께 외쳤으나 단지 그 방법론이 달랐던 당내 인사들에게조차 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통합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새 지도부의 연포탕이 아니길 바란다. 이래서야 어떻게 야당과 협치를 이루고 해묵은 지역, 젠더, 세대 갈등을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는가. 누군가는 전당대회에서 낙선한 개혁 보수세력이 또 내부 총질을 시작했다고 폄하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쓴소리를 잠재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색깔론과 비난이 아니라, 쓴소리가 나올 수 없게끔 스스로 신선하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께서 강조한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되새겨보길 바란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원성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불편할 때가 있다. 듣기 싫은 비판에 시끄러울 때가 있고, 대화와 설득에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가 그 어떤 가치보다 위대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 톨레랑스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를 선택한 53%만이 우리 편이고, 47%는 배제 대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모두 우리 당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고, 우리는 이 잣대를 전체 국민을 바라볼 때도 적용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성공하기 위한 저마다의 다른 방법과 목소리를 내부 총질이라는 비아냥으로 폄하하지 말기 바란다. 새롭게 거듭난 국민의힘이 말 그대로 일신한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길 응원하고 함께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