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업계 간 ‘싸움판’ 가중…협단체장, 갈등 접합 숙제

김영훈 신임 변협 회장 "사설 법률 플랫폼에 엄정 대응" 조용준 피코이노베이션 대표 "도매 회사와 협업 모색할 것"

2023-03-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기업 및 직업 단체 간의 갈등이 심화 되는 가운데, 이들을 대표하는 협회장의 책임이 막중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변호사단체-법률 플랫폼 △중소제약사-의약품유통업체 등은 이해관계의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협회장들은 화해보다는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변협은 2021년 변호사들이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징계하기로 했다. 로톡이 사실상 변호사를 중개·알선하는 일종의 온라인 로펌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이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률 플랫폼 측은 변협의 행위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를 축소하고 국내 스타트업 서비스에 대한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로톡은 법률 서비스와 이용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소비자의 법률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공정위는 “변협의 행위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로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협은 로톡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공정위의 판결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변협은 공정위 판결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김영훈 신임 변협 회장은 "법률시장의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해 사설 플랫폼에 대한 엄정대응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법률 플랫폼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변호사제도를 흔들림 없이 수호하라는 회원들의 엄중한 뜻 앞에 협회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법률 플랫폼에 대한 신임 회장의 부정적 반응이 확고한 만큼, 두 단체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소제약사들은 의약품 유통 및 보관 문제로 겪었던 비용 부담과 이에 따른 유통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20년 피코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의약품 보관을 위한 창고 부족,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유통 업계는 피코이노베이션이 만든 온라인 의약품 유통 쇼핑몰 ‘피코몰’에 대해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상태다. 피코몰은 제약사와 소비자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사실상 기존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정기총회에선 피코몰을 막기 위해 유통업체가 뭉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조선혜 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은 "관련 현안에 대해 회원사들이 함께 협조해줘야 한다"며 집행부와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협회장의 당부에 맞춰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도매 유통업계의 우려를 담은 공문을 발송하고 회원사의 피코몰 입점 자제를 요청하며, 피코몰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조용준 피코이노베이션 대표는 피코몰 운영은 “중기의 생존이 걸린 일”이라며 유통업체와의 대립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몰은 매출이 5000억이 안되면 적자가 난다. 그래서 중소제약사들이 힘을 합쳐 이번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향후 (온라인)도매몰을 통해 도매 회사와도 협업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제약업계에서 먼저 유통업계와의 갈등 봉합 의지를 내비친 만큼, 향후 두 단체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