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대 최고치 사교육비 폭탄, 공교육 중심 교육개혁 시급
지난해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크게 폭증했다. 지난해 초·중·고 학부모들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5조 9,53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학생 수는 528만 명으로 2021년 532만 명보다 1년 사이 0.9%가량인 4만 명이 줄었고,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도 3만 2,661달러로 2021년 3만 5,373달러보다 1년 사이 7.7%가량인 2,712달러나 줄었는데도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5조 9,538억 원으로 2021년도 23조 4,158억 원보다 10.8%가량인 2조 5,380억 원이나 늘어나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의 사교육비 폭탄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5.1%의 두 배 수준이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이 수수방관한 사이에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속절없이 추락했다는 방증(傍證)이다.
또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2021년 75.5%보다 2.8%포인트 높아졌고, 지난해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7.2시간으로 2021년 6.7시간보다 0.5시간 증가했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지난해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전년도 36만 7,000원보다 11.8%가량인 4만 3,000원 늘었고,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학생만을 대상으로 실제 사교육비를 평균 낸 결과도 52만 4,000원으로 2021년 48만 5,000원보다 7.9%가량인 13만 9,000원 올라 사상 처음으로 50만 원을 넘었다.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 금액이 70만 6,000원에 달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고2로 70만 4,000원, 고3은 68만 1,000원, 중3은 60만 1,000원, 중2는 56만 9,000원 순으로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결손 회복을 위해 사교육이 늘어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셈이다.
이렇게 사교육비가 치솟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툭하면 바뀌는 입시정책과 부실한 공교육 탓이 크다.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입시 구조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 데다, 남들보다 뛰어나고 우월한 능력을 지닌 피교육자에 대하여 그 능력을 개발하려는 ‘수월성(秀越性) 교육’ 대신 하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학교 수업이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4∼50% 높다. 내국 세수 20.79%를 자동 배정해 각 시·도 교육청마다 교육교부금이 넘쳐나는데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이 76조 원이었고 올해가 77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교육교부금 규모는 예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교육교부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데 있다. 더 답답한 문제는 사교육비가 지속해 늘어나면서도 학생들 역량이나 학문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무엇을 위해 이런 낭비와 고통을 자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 불타는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일선 교육청과 교사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고 절실한 이유다.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실효성 있는 고강도 특단 대책을 강구해 더는 국민을 실망케 하지는 말아야 한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 4,000원이다. 실제 사교육비 평균은 52만 4,000원으로 자녀가 2명인 가구의 경우 104만 8,000원으로 소득의 21.7%가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계층·지역 간 사교육비 격차도 더 커졌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1인당 사교육비가 64만 8,000원인데 반해 3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17만 8,000원으로 3.64배 많았다. 사교육 참여율도 800만 원 이상 가구는 88.1%, 300만 원 미만 가구는 57.2%로 차이가 30.9%포인트나 컸다. 서울은 전남보다 2배 넘게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사교육비마저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사교육비의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날로 커져만 간다.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하고 계층 이동을 막고 있다. 과도한 입시 경쟁은 어린 학생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여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합계 출산률 0.78명의 세계 최저인 출생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 빈곤율(2020년 기준 38.97%)도 막대한 사교육비가 한 원인이다. 당국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을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 대면 교육이 축소되면서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안이한 인식이다. 어학 연수비(참여율 0.2% │ 376억 원), EBS(교육방송) 교재 구입비(참여율 16.4% │ 16.41,367억 원), 방과후 학교 비용(참여율 36.2% │ 6,886억 원)에다 정부 통계에 반영하지 않는 대입 재수생들의 학원비, 영·유아 사교육비 등까지를 고려해 보면 가계의 실질적인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더 커진다. 교육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희망이 돼야 한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고강도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공교육 투자를 늘려 학교 중심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중시하는 풍토를 서둘러야 한다. 대학·학과 서열을 해소하고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