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이재명 만남…與 "이 대표 자격 의문" 野 "대통령 눈치 봐"
양당 대표 회동 미뤄져…서로 책임 떠넘기기 23일 선거제 개편 국회 전원위원회 분기점 될 수도
2024-03-13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되면서 산적한 현안 논의를 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수장 회동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의 사망과 이로 인한 이 대표 사퇴론이 분출하는 등 민주당 내홍이 거듭되면서 여야 대표 회동이 당장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대표 한쪽이 새롭게 선출될 경우 통상 일주일 안에 회동하는 것이 관례였다. 지난 2021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됐을 당시에도 닷새 만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회동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두 대표는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에 머리를 맞대며 여야 협치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 대표도 지난 8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일정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이 대표를 포함한 여러 야당 지도부를 찾아뵙고, 의견을 구하고, 여야 협치 속에서 국민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혀, 여야 대표 만남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9일 검찰 수사를 받던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상황이 하루 만에 돌변했다. 사망 사건의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당내 비이재명계의 비판이 분출하면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론이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당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장 여당 대표와의 회동 성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부하의 잘못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이 장수의 기본자세인데, 이 대표는 거꾸로 자신의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있어 장수로서 자격 자체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이 대표를 직격해 양당 대표 회동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지난 10일에는 "이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가 연속되고 있어서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 대표로서 직무 수행이 적합한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 대표 사퇴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야 대표 회동이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입장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 "(김 대표가) 대통령실 눈치 보고 있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와) 만나면 만나는 대로 아마 가이드라인 받았을 것 같고, 안 만나면 안 만나는 대로 받으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대변인도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힘으로 제압하려는 스타일"이라며 "워낙 (당에 대한) 그립을 세게 쥐고 있어서 그동안 여당의 지도부도 윤 대통령의 눈치를 많이 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는 23일 예정된 국회 전원위원회가 양당 대표 회동 성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여야 대표가 만나 정치적 담판을 지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