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과자만 팔아선 안돼”…식품업계, ‘올라운더’ 역량 키운다
정체기‧과포화 속 돌파구 모색…자동화‧식물성 전환 등 가속화 고부가가치 신사업, 기존 사업과 시너지…新수익원 역할 톡톡
2023-03-13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에서 ‘올라운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가 됐다. 정체기‧과포화기에 직면하자 시장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렌드에 민감한 식음료업계에선 디지털화‧식물성전환 등 업계 전반의 대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푸드테크, 스마트팩토리 등은 자동화 시대에 발맞춰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이다. 자동화 시스템과 방대한 빅데이터를 연동해 정확한 수요예측이 가능해 제품 생산 시기부터 수량까지 최적화할 수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부터 자사 커피 제조공장인 경상남도 창원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기호가 세분화됨에 따라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기존 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높여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전략이다. 창원공장 스마트팩토리는 2020년 인천 부평공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부평공장의 앞선 사례를 참고해 보다 세밀하게 분석한 각 공정 데이터와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토대로 한 단계 발전시킨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품의 생산 계획, 설비의 상태, 재고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공정 진행의 판단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하도록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풀무원은 국내 식품기업 최초로 자사 공장과 협력 기업에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클러스터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기존 개별 공장의 스마트화를 넘어 다수의 공장 간에 데이터와 네트워크 기반의 상호 연결을 통해 공장 운영을 최적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 전국 8개 자사 공장과 6개 협력기업에 제조, 생산, 품질, 납품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제주삼다수는 오는 2025년 ‘친환경 스마트팩토리(L6)’를 준공하고 친환경 제품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식품이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 영역에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내외 유망 바이오 기업 및 산학협력, 자사 벤처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단기간 내 바이오 시장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기존 식품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 단백질RTD, 웰빙간식, 케어푸드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통해 수익성도 확대 중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해양 생분해 소재 PHA와 CJ바이오사이언스 중심의 레드 바이오 사업 등 미래 신수종사업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FNT 사업부문을 통해 Wellness 식품소재, 영양(Nutrition), 대체단백, 배양단백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오리온은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정체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말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사업 분야는 의약품, 식품원료 개발·판매 등이다.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등 신규 유망 기술을 지속 발굴해 바이오 분야를 다각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식품업계 ‘식물성 대전환’은 소비자 저변 확대와 기업들의 투자가 맞물리면서 속도에 불이 붙고 있다. 매일유업은 기존 유가공이 이끌던 수익구조를 식물성 음료로 전환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젖소에게서 얻는 원유가 아닌 ‘귀리’를 통해 원료를 확보함으로써 관리‧생산비용 및 각종 리스크를 덜어, 더 경제적이란 계산에서다. 신세계푸드는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기업의 핵심 수익원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식물성 정육 델리 콘셉트 스토어 ‘더베러’는 6개월의 운영기간 동안 누적 방문객 1만3000여명을 달성, 대안육의 사업성을 증명했다. 이달부턴 베러미트를 경험할 수 있는 정규매장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를 오픈하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CJ제일제당의 Plant-based(식물성 원료 기반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은 월 평균 매출 성장률 20%를 기록하며 그룹의 신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B2B시장에서도 플랜테이블 활용 메뉴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급식업체 등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풀무원은 세포 배양육 상용화에 나섰다. 지난해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론칭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에 나서면서 식물성 대체육과 함께 동물성 배양육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상용화가 진행된 식물성 대체육에 세포 배양육 소재를 섞어 실제 고기의 식감과 풍미, 영양을 구현한 하이브리드 배양육 제품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상품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풀무원 지구식단에 심플플래닛의 배양육 기술을 접목해 품질을 개선한 신개념 먹거리도 개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소비심리 위축을 비롯해 인구 감소 및 선점 업체들의 독점, 무분별한 미투상품 출현 등 다양한 요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은 선진 기술을 무기 삼아 해외진출, 고부가가치 신사업 발굴 등 신규 미래성장동력을 찾으려는 투자가 활발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