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총 ‘주주행동주의’에 골머리
17일 BNK금융부터 30일까지 주총 개시 JB금융, 얼라인과 주주 환원정책 표 대결
2024-03-14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금융권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오는 17일부터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주요 금융지주들이 줄줄이 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은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표 대결이 주목받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며 충당금 적립을 권고하는 반면, 행동주의펀드들은 배당확대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BNK금융를 시작으로 23일 신한지주, 24일 KB·우리·하나금융지주, 30일 JB금융지주 등이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주목받는 곳은 JB금융 주총이다. JB금융은 행동주의펀드의 배당확대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 7대 금융지주에게 “배당을 확대하지 않으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는 서안을 보냈다. 당기순이익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요구다. JB금융지주의 행보는 타 금융기관들이 배당확대를 비교적 수용하는 모습과 배치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밀어붙일 계획이다. 주총에서 표 대결도 예고했다. 이번 JB금융 주총에서는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으로 당사자들이 대립한다. 의안은 JB금융이 제안한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715원과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주당 900원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JB금융 지분율은 14.04%다. 최대주주인 삼양사(지분율 14.61%)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케이저축은행(11.42%), 국민연금공단(7.79%)보다 높다. 배당 확대에 대한 관심은 은행의 이자수익이 급격히 불면서 부각됐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 중반이다. 50%가 넘는 해외 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JB금융은 “과도한 배당제안은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JB금융은 은행 계열사들의 예대마진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예대마진차는 금융권에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면서 성과급 잔치, 배당 잔치 등 돈잔치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손준비금을 쌓아 위기에 대응하라는 입장이다. 대손준비금은 손실에 미리 대비하는 자금으로 자본에서 제외된다. 금융권과 행동주의펀드 이야기를 동시에 수용하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는 셈이다. KB금융 주총도 눈여겨볼만 하다. KB금융 노조와 KB금융 간의 이견이 관전 포인트다. KB금융 노조는 지난달 9일 이사회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 제안서를 제출했다. 추천 사외이사 후보는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다. 금융권 노조는 오래전부터 노조 추천 사외이사 발탁을 요구해왔다. KB금융 노조 역시 지난 2017년부터 주주제안 사외이사 도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실제 도입되지는 못했다. 금융권 주총의 공통된 부의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매년 연초에 다뤘던 안건들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총 41명) 가운데 31명이 이달 말 임기 만료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고려해 각 금융사들의 이사진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사회가 금융사 CEO 등 내부 임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운영 행태를 상시 감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