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 공방…與 "국가채무비율 높아" 野 "이미 균형 재정"
14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서 '재정준칙 도입' 공청회 여야 추천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재정준칙 세우는 것 중요" "오히려 재정 지속가능성 악화"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여야가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채무가 급증했다는 이유로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재정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내로 유지하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 폭을 2% 내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 때문에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16조원이 늘었다"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한국은 40.1%에서 54.1%로 14% 늘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은 46%에서 53%로 7% 정도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쓰나미를 겪었고 또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는데 제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라며 "하다못해 개인·가정도 소비, 지출액에 제한을 두는데 국가에서 안 한다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국가 채무 증가를 강조하며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송 의원은 "독일이 1974년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을 당시 국가채무가 18.6%였고, 프랑스 1979년도 21.1%, 스페인 1972년도 27.9%였다"며 "우리나라는 2017년에 38.2%였다. 고령화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말하는 GDP 대비 적자 폭 2~3% 이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정준칙 도입을 반대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IMF가 우리 재정을 균형 재정으로 평가하고, 피치의 국가신용평가가 AA-로 여전히 우량한 상태를 유지한다"며 "IMF와 국제신용평가사 평가 등 국가신용등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경숙 의원도 "OECD 국가 평균 정부부채가 GDP 대비 117.9%다. 우리나라는 51.5%다. 과도하게 높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반면에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우리나라가 훨씬 더 높다. 영국 86.9%, 미국 76.9%, 일본 67.8%, 프랑스 66.8% 등인데 우리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156.8%"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여당이 추천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치고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별로 없다"며 "우리나라가 아직 재정준칙이 없다는 게 사실 굉장히 문제"라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도 "고령화에 따라 국가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고, 최근 재정적자가 만성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시기에 재정준칙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에 야당이 추천한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우리는 국가채무 기회비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변화된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 해야 하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현재의 재정준칙은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리는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고,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춘다면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높아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