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배불리는 동반성장의 역설

2013-10-31     전수영 기자

[매일일보 전수영 기자] 중소기업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으로 인해 국내 대기업의 진출이 주춤한 사이 외국 유통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생법이 자칫 국내 산업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규제 허덕이는 유통·외식 “역차별에 해외기업만 이득”
기간산업도 외투 기업 득세…100년 토지 무상 임대도

그동안 대기업 유통·외식업체들이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면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정부에 생존권 확보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대·중견기업의 부분별한 진출을 억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가 제약을 받은 사이 외국 유통업체들이 지방을 거점 삼아 국내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트라이얼 코리아는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트라이얼 코리아는 함안, 김해를 비롯한 5개 지점을 통해 지난해 6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400억원에 비해 52%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트라이얼 코리아가 이미 영남권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 유통기업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득히 트라이얼 코리아는 의무휴일도 적용받지 않아 국내 업체들이 한 달에 두 번을 쉬는 기간에 평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정부의 상생법이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식업계도 외국기업의 틈새시장 공략이 거세다.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인 빕스(CJ), 애슐리(이랜드) 등이 출점 제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1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매장을 늘리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아웃백 스테이크는 글로벌 매출로 비교할 경우 국내 외식업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대형 기업임에도 국내시장만을 기준으로 한 유통법으로 인해 확장에 전혀 무리가 없는 실정이다.

기간산업에도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일본의 도레이와 국내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전북 새만금단지에 3000억원을 투자해 첨단 소재인 PPS(Poly Phenylene Sulfide)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와 전라북도, 군산시 등은 도레이의 조기투자 유도를 위해 투자 예정 부지를 ‘개별형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고 부지를 공동 매입, 50년간 무상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면 1회해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00년간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지나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상선 효성기술원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차 창조경제특별위원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전주 탄소 클러스터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외국 기업이 한국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세금 감면과 토지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에도 조세, 토지세 감면 등의 역차별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국내 기업이 외국에 진출할 경우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긴 경우는 흔치 않다”며 “이런 혜택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할 경우 국내 기업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 국내기업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