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말라가는 장수기업… “기업승계제도 개편해야”
국내 소득세·상속세율, 주요 선진국 비해 높아 정부 상속세 개편안 유명무실… 상속세 최고세율부터 줄여야
2023-03-15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기업 상속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탓에 강소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은 타국에 비해 높으며,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인한 기업의 세금 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국내에 100년 이상 된 기업이 적은 이유로 기업 상속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담을 꼽았다. 실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떨친 강소기업마저 과도한 상속세로 무너졌다. 손톱깎이로 유명한 쓰리세븐과 1위 콘돔사 유니더스 등은 상속세로 인해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전부터 기업의 이런 문제점을 청취하고, 지난해 취임 이후 상속세 개편을 추진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부터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 범위를 기존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매출액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됐다. 공제 한도의 경우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경우 300억원, 20년 이상의 경우 400억원, 30년 이상의 경우 600억원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업계는 공제 한도보다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기업에 미치는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현재 50%로,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프랑스는 45%, 미국·영국 40%, 독일은 30%다. OECD 38개국 중 절반은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5%로 한국보다 높지만, 한국은 기업 승계 시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최고세율 60%가 되므로 사실상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상속세 부담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기업의 경영활력과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상속세는 소득세를 과세한 후 축적된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므로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개편안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됐으며, 대기업의 세 부담은 그대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소기업계 또한 세금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중소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딜레마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따르는 많큼, 중기는 사업 확대를 억제해 스스로 경쟁력을 소실하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의 업력이 높아질수록 자산, 매출, 고용, 연구개발비 등 전 분야에 걸쳐 경영성과가 높아지며,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면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제약사 머크는 1668년 약국을 시작으로 현재 바이오, 화학, 반도체 소재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해 현재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됐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속문제에 가로막혀 전통 제약사들조차 중소·중견으로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AI의료기기 스타트업 C사 대표는 “자신의 연구에 자부심을 갖고 야심차게 기업을 세웠으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금은 물론 각종 노동 규제가 붙어 사업을 포기하는 대표자들을 많이 봐 왔다”며 “이렇다 보니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대기업에 이를 매각해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