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숨통 트인 中企…제도 안착과 규제 해소 ‘총력’

납품대금 연동제·근로시간 개편 추진 등 일부 성과에 ‘안도’ 대기업 단체 로드쇼 불참·주69시간제 재검토 등은 ‘숙제’

2024-03-15     김원빈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규제가 법안 통과 등으로 숨통을 튼 가운데, 제도적 안착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계는 정부 및 국회 등 제도권의 법률적 성취에 관해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계의 14년 숙원 법안이었던 납품대금 연동제는 작년 12월 마침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의 거래에서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는 해당 법안이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환경 조성에 중대한 제도적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계를 포함한 경영계가 희망하던 주52시간제 등 근로시간제도 개편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6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해당 내용을 다음달 17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편안은 기존 주52시간제를 주69시간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등의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관리단위·유연근로제 도입 등 근로시간을 선택할 때의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의 선출절차를 규정했다. 근로자 대표의 활동 보장, 권한·책무 등도 규정했다.  이처럼 중소기업계가 그간 요구해오던 사안이 정책 등에 반영되고 있지만, 이들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지난달 8일 진행된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 대기업 중심의 경제단체가 불참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 확산을 위해 마련된 해당 법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마련된 행사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된 셈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경제단체에 이번 행사 참여를 적극 요청 드렸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며  “장관으로서 법안의 취지를 수차례 설명하고, 대기업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보했음에도 전국적 규모의 안착을 기원하는 자리에 불참한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며 이례적인 목소리를 냈다.  연임에 성공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수많은 중소기업이 속해 있는 대한상의가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의 상호 이해 속에서 법안이 잘 시행돼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기부는 추후 이들 단체와 함께 로드쇼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장관은 14일 전경련을 찾아 납품대금 연동제 현장 안착 테스크포스(TF) 참여, 전경련 회원사의 동행기업 참여 독려, 하위법령에 준비 과정에서 의견 제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기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제도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적극적 협조없이 제도 안착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도 제동이 걸렸다. 노동부의 개편안 발표 이후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전날(14일) 윤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야 정치권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관한 국민적 여론이 들썩이자 이같은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주 69시간 근무는 과도한 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 범위로 논의할지는 여론 수렴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주 52시간으로 어렵게 사회 합의를 만들었는데 다시 69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건 퇴행적, 반(反)역사적 방침”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노동계와 MZ세대를 중심으로 이같은 개편안에 큰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9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좌불안석(坐不本分席)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에서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납품대금 연동제도 대기업 반발로 안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도 시민사회 반발에 직면해 아쉬운 마음”이라면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실효성도 떨어지는 만큼 아쉬움 속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관한 국민적 반발은 이해하는 마음이 크다”면서도 “다만, 현재 중소기업계가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글로벌 복합위기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다는 상황을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