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인기, 러 전투기와 대치 중 추락…"일상 작전" vs "경계 침범"

14일 흑해 상공서 충돌하며 갈등 고조 냉전 이래 첫 사례…양국 관계 경색 우려

2024-03-15     염재인 기자
14일(현지시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미군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이 닿아 있는 흑해 상공에서 충돌해 미군 무인기가 추락했다. 미국은 러시아 전투기가 부딪쳤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미 무인기가 대치 중에 스스로 추락했다고 반박했다. 양국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사실상 대리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사건으로 양국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가 중부 유럽 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전 7시3분께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군 무인 정찰기 엠큐(MQ)-9 프로펠러를 때려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미 공군 유럽·아프리카 사령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의) SU-27기 2대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운항 중이던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무인기 MQ-9을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군용기의 유사한 "가로막기"들이 있었다"며 "(러시아가) 불안하고 비전문적"이라고 비난했다. SU-27은 러시아 공군에서 운영하는 주력 전투기 기종 중 하나다. '리퍼'라는 이름이 붙은 MQ-9은 정찰뿐만 아니라 공격도 가능한 미군의 주력 무인기로 아프간전 등에서 미군의 주력 무기로 사용됐다. 미국 측 발표에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무인기가 크림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는 것을 발견해 러시아 전투기가 출동해 추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군 무인기가 급격한 기동을 해서 고도를 잃고는 추락했다며 러시아 전투기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무인기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자국 전투기들이 미군 무인기를 파악하려고 각축을 벌였는데, 미군 무인기가 급격한 기동을 해서는 통제되지 않는 비행을 하다가 스스로 바다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는 미국 무인기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르는 명칭인 "특수 군사작전"을 위해 설정한 공역 경계를 침범했다고도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 영공 인근에서 비행하는 상대국 군용기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차단 혹은 대치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는 사태는 냉전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이번 무인기-전투기 충돌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