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금씩’ 풀리는 규제 실타래…갈 길 멀었다
기업 관련 규제 해소 나선 정부 시작부터 난관 맞닥뜨린 노동개혁
2024-03-15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실타래처럼 꼬인 규제 요건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모아진다.
주52시간 근무제 개편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일 발표한 ‘현장이 원하는 중소기업 정책과제 의견조사’ 결과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개혁’이 전체의 60.4%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대대적인 노동개혁에 나섰다. 주52시간제 개편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통해 근로자의 시간 주권을 공고히 하고, 기업 문화를 혁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일몰된 추가연장근로제도가 그 사례인데, 주52시간제 시행과 추가연장근로제도 일몰로 근로자의 임금이 줄자 ‘투잡’에 뛰어드는 노동자들이 많아져 오히려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재계는 주 단위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면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고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8시간 추가연장근로가 일몰되며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온 중소기업은 야간 근무와 대체인력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관련 입법이 국회를 통과해 근로시간이 탄력적으로 적용될 경우 경영애로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큰 기대를 표명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가 일몰되면서 중소기업 현장은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번 개편안으로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져 납기준수와 구인난 등의 경영애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러한 노동개혁이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는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계 비판에 더해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역시 역사적 발전에 역행하는 요소가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결국, 입법예고 8일 만에 윤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뜻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추가로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 보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정적 여론이 클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 발언은 장시간 압축 노동과 과로사를 조장하는 주69시간제를 폐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포장지를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들라는 것일 뿐 변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안착도 숙제다. 중소기업계뿐만이 아닌 대기업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지난 6일 중기중앙회 기자간담회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통과 때까지 우리가 얘기한 기간이 14년”이라며 “이것도 시행령을 잘못 만들면 소위 말해서 별 효력이 없어진다”고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납품대금 연동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각지대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직접 당부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사각지대 해소와 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 제도 개선의 어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기업승계 사전 증여 과세특례한도가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커졌고, 납부유예제도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의 대물림’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만큼, 국민이 기업승계가 장수기업 육성이라고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그간 경영계에서 토로해온 애로사항 해결에 나선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고 있다”며 “다만 납품단가연동제의 안착이나 중대재해처벌법, 기업승계 제도 개선 역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