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뱅크런 사태에 '한국판 SVB' 제동
특화은행 세우겠다던 금융당국 '당혹' '롤모델' 파산에 은행 과점 해소 '원점'
2024-03-1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특화은행을 설립해 은행업 과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청사진이 전면 재검토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 업무 범위를 세분화한 특화은행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 단일 스몰라이선스(세부 인가) 도입과 은행 업무 및 영업형태를 세분화해 선택, 조합하는 두 가지 진입규제 완화 방안이 논의됐다. 문제는 당시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이 사실상의 특화은행으로 소개됐다는 점이다. 당시 회의에선 개별 인가단위를 적용한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하는 특수성을 부각시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은 자산 300조원의 미국 16위, 실리콘밸리내 1위 은행으로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하고 벤처기업 금융중개·지분투자 등을 수행했다. 실무작업반은 이른바 챌린저뱅크인 특화은행이 설립될 경우 신규 플레이어 진입으로 은행 서비스 경쟁촉진과 수수료 인하 등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당국이 모델로 부각시켰던 SVB 은행은 일반 대형 은행과는 다른 자금조달(거액의 벤처기업 예금) 방식과 자산 운용(총자산의 56.7%를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특수성 탓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유동성 문제에 봉착해 결국 대규모 뱅크런으로 문을 닫는 신세가 됐다. 예상치 못했던 사태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한 조치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산과 위험 전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국내 특화은행이 도입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면 국내 금융시스템과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과 후폭풍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과점 구조 해소의 목적이 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에 있는 만큼 특화은행 도입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 경제에 비상이 걸렸을 때 ‘예금 전액보호’ 조치를 대응 카드로 쓸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VB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유사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유사시 정부가 예금 전액을 보호해야 할지에 관한 정책적 판단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