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 역대 최대치에도…여성 관련 임금 법규 ‘최하’
기업 10곳 중 4곳 여성기업 임금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 필요
2023-03-16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한국 여성기업 수가 역대 최대치로 증가했지만, 여성 임금 관련 법규 평가는 최저치를 기록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 여성기업 실태조사’ 결과 여성기업 수가 전체의 40.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이 여성에 부여하는 경제적 기회의 수준은 세계 190개국 가운데 65위에 머문다는 세계은행(WB) 분석이 나왔다. 8개 평가 분야 중 한국은 ‘이동의 자유’와 ‘취업’, ‘결혼’, ‘자산’, ‘연금’ 등 5개 항목에서 만점인 100점을 받으며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성의 급여와 관련한 법규를 평가하는 ‘임금’ 항목은 25점으로 최하 수준이었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1%이었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9000원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서도 남녀 간 임금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 노동자 임금은 전년 대비 4.7%(17만원) 오른 389만원이었으나, 여성 노동자 임금은 3.7%(9만원) 오르는 데 그쳐 256만원에 머물렀다. 남성 평균 소득이 여성의 1.5배에 달했다. 한국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은 1989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법제화된 바 있다. ‘제8조(임금)’에서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성의 고용률과 임금은 30대에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며 감소하다 40대 이후 재취업하며 증가하는 ‘M자형’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정경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상임 연구위원은 지난 7일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와 임금 정보 공시 관련 제도 현황을 분석한 ‘성별 임금 격차와 성 평등 임금공시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 23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통계청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여성 임금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20만원으로 339만원인 남성보다 119만원 적었다. 근속연수 역시 여성이 4.81년으로 6.92년인 남성보다 2.11년 짧았다. 여성 노동자 평균 임금은 남성 20대 노동자 임금 수준과 비슷했다. 남녀 소득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남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51만원이었다. 30대에는 389만원, 40대에는 478만원까지 올랐고 50대에는 472만원의 평균 소득을 얻었다. 반면 여성 노동자는 20대 229만원, 30대 318만원, 40대 316만원, 50대 262만원에 머물렀다. 비정규직 비율 역시 차이를 보였다. 남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361만3000명으로 30.6%였고, 여성은 415만7000명으로 42.9%에 달했다. 주 35시간 미만 근무하는 단시간 노동자 역시 남성은 전체의 11%인 128만9000명, 여성은 27.8%인 262만8000명으로 2배 이상 차이났다. 연령별 격차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38개국의 여성 연령별 고용률 분석을 보면, 25~29세 70.9%이던 한국의 여성 고용률이 35~39세에선 57.5%로 13.4%포인트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공기관에 대해선 임금정보 공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직종·직급·직무별 임금액 등 구체적인 임금체계와 수준, 구성요소 등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 고용형태 공시 또한 기업 범위가 제한적이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임금체계와 수준 등 임금 정보와 배치·직급·직무·고용형태 등 고용 정보가 성별로 분리돼 공개될 때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기존 공시 사항에 ’남녀 이직자 비율’과 ’남녀 근로자 임금 비율’ 항목을 추가하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민간기업을 제외한 공공기관에만 적용될 방침이다. 이에 노동계는 성별 임금 격차가 민간 기업에서 더 크다며 민간기업의 성별근로공시제 의무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상임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 지표는 불평등한 고용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직업 간의 큰 임금격차, 성별로 집중된 직업과 업종 분리,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많은 직업과 업종에 여성이 집중되어 있는 문제 등이 가사 및 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성역할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성별 임금격차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