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SVB발 회색코뿔소·뱅크런 위험”
2024-03-16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유동성 위험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 신용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건형·김찬희·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파산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지만, 위험이 곳곳에서 발생하면 신용 위기가 번질 수 있다”며 “은행이 보유 중인 모기지 유동화증권을 비롯한 증권의 평가손실은 자산 부실화에서 비롯되기보다 시장 금리 급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가 은행 자산 부실화에 따른 건전성과 신용 위험에서 비롯됐다면 현재 SVB 파산 사태는 예금과 자산 간 만기 불일치(미스매치)로 인한 유동성 위험 성격이 짙다”며 “유동성 위험이 광범위한 범위에서 발생하면 신용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에서 예금 인출 압력이 높은 은행으로 코메리카은행, 리전스파이낸셜, 웨스턴얼라이언스, 자이온스은행, 시그니처은행, 실리콘밸리은행 등이 꼽힌다. 자산측면에서 취약한 은행은 헌팅턴은행, 자이온스은행, US뱅코프, 트루이스트, 키코프, 코메리카은행, 53은행, 시그니처은행, 실리콘밸리은행 등이다. 이들 가운데 예금과 자산 모두 취약한 은행은 코메리카은행, 자이온스은행, 시그니처은행, 실리콘밸리은행 등 4곳으로 압축된다. 시그니처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은 공통으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암호화폐 등 신기술 산업과 연관성이 높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색 코뿔소인 신용위기가 여전히 잠재해 있는데, 기술혁신 사이클과 연관성이 높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뱅크런 사태, 미국 외 국가와 지역 금융기관으로의 전염 위험도 잠재해 있으며 이 여파로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기술혁신 기업들에 유입된 막대한 유동성은 결국 부채”라며 “기술혁신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또 다른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이번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최종 정책금리 수준도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